[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건설업계에 투기 세력 주의보가 내려졌다. 지난해 말부터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건설사들이 홍수를 이루면서 기업 경영 보다는 시세차익을 통해 이익을 내려는 세력들의 관심이 높아진 탓이다.
M&A 시장에 나온 건설사의 노하우만 빼가거나 회사를 인수해도 정상 기업으로 육성하기 보다는 사업부를 쪼개 분할 매각하거나 하는 등의 시도가 적발되면서 우량 투자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중 현재까지 동부건설, 동아건설산업, 울트라건설, 성우종합건설, 극동건설, 남광토건 등이 새 주인을 찾았거나 매각완료 단계에 있고 STX건설, 우림건설, 삼부토건, 경남기업 등은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매각이 완료된 건설사들의 새 주인은 대부분 중견 건설사다. 특히 SM그룹이나 세운건설 등 인수합병을 통해 종합건설사로 몸집을 불리려는 기업들이 대부분 매물을 인수했다.
자금이나 규모 면에서 중견사에 비해 인수 여력이 큰 대형사들은 입찰에 참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반면 최근 들어 매각작업 실패로 몸값이 내려가는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국내외 각종 사모펀드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예전 사례를 보면 일부 사모펀드는 인수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주가를 띄워 다시 매각에 나서는 경우도 있고, 핵심 기술만 유출하고 회사를 버리는 사례도 종종 적발됐다.
현재 매각작업을 진행 중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 M&A 과정을 지켜보면 건설사 보다는 사모펀드가 본입찰에 참여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피인수 기업 입장에서는 건설사가 인수해 회사를 정상화시켜주길 바란다. 사모펀드가 들어올 경우에는 불안한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한 중견 건설사는 법원에 ▲인수자의 자금조달 중 자기자금의 원천이 차입금에 의한 경우 감점 ▲주요 자산의 매각, 차입금의 조달 시 투자위원회의 승인을 받을 것 등을 매각작업에 반영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예비실사 참여를 위해 입찰에 참여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는 기업이 매물로 시장에 나올 경우 관련 기술력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입찰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 기업이 예비실사에 참여할 경우 보통 예상인수대금의 5%를 계약금으로 내고 참여한다"며 "부채가 많은 기업의 경우 예상인수대금이 크지 않아 계약금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비실사에 대한 계약금은 인수를 포기할 경우 되돌려 받지 못하지만 해당 기업의 핵심 기술력이나 대외비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 정보를 얻은 대가로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건설사들이 홍수를 이루면서 기업 경영 보다는 시세차익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투기 세력에 대한 주의보가 내려졌다. 사진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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