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국내 4대 금융사들이 조선과 해운 등의 기업 구조조정 여파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 1조원대의 실적을 내는 등 선방했다.
하지만 4대 금융사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에서는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다. 가계부채 문제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리스크관리 강화, 저금리 고착화로 하반기 금융권의 업황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105560)은 올 상반기에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올 2분기 58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 상반기에만 1조12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작년 2분기와 비교해보면 당기순이익은 75%나 증가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 이는 지난해 희망퇴직 등으로 일반관리비(2조4454억원→2조1230억원)가 대폭 줄어든 영향이 컸다.
신한지주(055550)는 올해 2분기에 68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상반기에만 1조45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13.3%나 늘어난 수준이다. 신한지주의 실적은 맏형인 신한은행이 떠받쳤다.
신한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2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다. 특히 신한은행은 다른 시중은행들과 달리 STX조선해양과 한진해운 등에 물린 대규모 여신이 없기 때문에 충당금 부담감이 없었다.
우리은행(000030)의 상반기 당기순이익도 75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2%나 증가했다. 올 2분기에도 307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8% 늘어난 수치다.
우리은행은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 작년 상반기에는 성동조선과 SPP조선, 대선조선, STX조선 등 조선 4사 부실로 대손충당금을 6911억원 쌓았지만 올해는 적립액이 4307억원으로 줄었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보다 5.5% 늘어난 79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저금리와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위험 증가 속에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주요 금융사 가운데 농협금융만이 적자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최근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와 대우조선해양 등으로 인해 충당금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상반기 구조조정 여파로 냉온탕을 오간 금융사들은 앞으로 남은 하반기를 어떻게 버텨낼 지가 관건이다. 올해 하반기 금융산업의 주요 이슈로는 가계부채 문제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리스크관리 강화, 저금리가 꼽혔다.
현재 시중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 지표는 양호한 수준이지만, 하반기 취약업종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 대손 비용 부담이 커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만간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하반기 구조조정 방향이 나올 것"이라며 "대기업 취약업종이나 저신용 차주에 대한 리스크 강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비용 규모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될 것이라는 얘기다.
역대 최저로 떨어진 기준금리 여파 속에서 살아남을 해법 역시 녹록지 않다.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조달금리 하락으로 상승 반전했지만 지난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다시 하락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는 "최근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 증대 노력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시장 자체가 부진해 수수료 수익이 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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