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상반기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가 급격히 감소한 가운데 수주확대를 위해서는 경쟁력 확보가 급선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저유가 장기화에 따른 산유국의 발주 감소가 해외수주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지만 최근에는 당장 돈이 되는 국내 주택사업에만 몰두하는 등 건설사들의 안일함이 수주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25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액은 152억1809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40%가량 급감했다. 금액으로는 100억달러 이상 감소한 수치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올해 해외수주액은 2007년 398억달러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장 큰 원인은 수주텃밭이던 중동 국가의 발주 감소다. 원유 수출로 국가 재정을 충당했던 중동 산유국들이 저유가 장기화로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규모 인프라, 플랜트 발주를 줄인 탓이다. 또 간혹 발주가 나오더라도 기존에 비해 수익성이 악화돼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는 사례도 줄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저유가 현상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만큼 이제는 외부환경 탓을 하기보다는 내부에서 문제점을 찾고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저유가에 따른 산유국 발주 감소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장 일선에서 뛰고 있는 수주 담당자들이 너무 움츠려 있다는 데 있다"며 "그동안 저가로 수주한 석유화학플랜트로 인해 기업에 큰 손실이 발생하면서 수주현장에서 예전 같은 치열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국내 주택 부문 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상황이 불확실한 해외수주보다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하는 건설사들의 안일함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장기적 관점에서 해외수주 확대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당장 돈이 되는 주택사업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 경영인이 경영을 맡고 있는 대기업그룹 계열 건설사들의 경우 실적과 주가에 민감하다 보니 안정적인 주택 사업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대로 갈 경우 앞으로 3~4년 후 건설업계에 장기 침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주택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수주 감소로 일감이 감소할 경우 고사 위기에 몰리는 건설사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하반기 건설경기 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수주는 작년보다 18.3% 감소한 129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 수주의 가장 큰 감소 원인은 신규주택 공급 여건의 악화에 따른 민간주택 수주의 위축인데, 내년 이후 신규 입주물량 급증, 그동안의 주택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민간주택 수주는 지방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브렉시트 여파로 글로벌 건설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건설사의 금융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경우 국내 건설업 침체 속도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새 수익원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전체 해외 수주의 90% 가량을 단순 시공 도급사업에 의존하고 있어 수익성이 낮은 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가격경쟁 위주의 단순 도급형 사업에서 금융이 결합된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체질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궁극적으로 건설사의 미래는 해외수주에 있다"며 "정부도 국책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민간 자본 투자를 유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수주확대를 위해서는 단순 시공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설계·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투자 등 내부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대림산업이 준공한 사우디아라비아 사하라 프로판 탈수소(PDH)·폴리프로필렌 공장. 사진/대림산업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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