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금융당국이 집단대출 리스크관리 실태 점검에 나서는 등 규제 강화 기조에 시중은행들도 비상에 걸렸다.
집단대출이 가계대출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금융당국으로서도 손 놓고 있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집단대출이 연체 사태로 이어지면 집값 하락은 물론 은행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집단대출 등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대출 성장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둔 은행들은 다른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27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내은행의 집단대출 리스크관리 실태 점검에 나섰다. 이번 점검은 분양시장이 과열되면서 아파트 집단대출이 크게 늘자, 은행들이 소득 심사를 제대로 하는지에 대한 조사와 점검이다.
금감원은 각 국내 은행들로부터 집단대출 현황 서면보고서를 제출받아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주택금융공사를 대상으로 집단대출 보증 적정성을 따지는 검사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점검이 집단대출 규제로 읽혀질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소득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하는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도 분양시장 침체를 우려해 집단대출을 제외시킨 바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집단대출 규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집단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자 금융당국에서도 집단대출이 가계부채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게 된 것이다. 집단대출을 통해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가 입주 시기에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분양자들이 대출금 상환 부담을 떠안게 되며, 연체율이 오르면서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이 500조원을 넘어섰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1~5월 주택담보대출이 19조원 늘어났는데 이중 절반이 넘는 10조원 정도가 집단대출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차주 소득확인 등 전반적인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은행들에 당부하고 있다"며 "이번 점검은 집단대출의 증가원인이나 리스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소득심사 등과 같은 직접적인 규제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집단대출이 올 하반기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시중은행들은 고민에 빠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 등은 국민주택기금 수탁기관이 있어서 분양시장이 과열되면 집단대출 규모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수익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늘렸던 집단대출을 이제 줄여야 하는 점도 은행들로서는 부담이다. 지난해 말부터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은행들은 대기업 대출을 줄인 만큼 이를 보강하기 위해 집단대출을 정책적으로 늘려왔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이미 레드오션이 됐으며, 하반기 구조조정 이슈가 맞물려 중기 대출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정부에서도 집단대출을 관리하는 분위기라 앞으로는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뉴스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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