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중국 단체관광객 전담여행사로 지정된 여행사에 대해 지정 취소 처분을 내린 것은 법률상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호제훈)는 A여행사가 문체부를 상대로 낸 중국전담여행사 지정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A사는 문체부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 전담여행사 지정을 받고 영업하던 중 지난 3월 재심사 과정에서 취소처분을 받았다. '유치실적 대비 유자격 가이드 보유가 적고 전자관리시스템 실적보고가 0건이며 행정처분을 받아 10점이 감점 됐다'는 이유다.
이에 A사는 "문체부의 지정을 받은 업체만 중국인 관광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 법령상 근거 없이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그해 4월 소송을 냈다.
또 "일정한 요건을 갖춰 등록하기만 하면 자유롭게 여행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 관광진흥법에도 위배돼 위헌이고 위법한 행정규칙"이라고도 주장했다.
한편 문체부는 지난 1998년 7월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 업무 시행지침'을 제정해 전담여행사로 지정받지 않은 여행사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유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우선 "전담여행사 시행지침이 제정된 당시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및 전담여행사 수가 많지 않았지만 약 18년이 경과한 현재는 중국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한 여행업 시장이 크게 확대됐다"며 A사가 제출한 참고자료를 인용했다.
전담여행사 시행지침이 제정된 후 1999~2010년 사이 중국인 관광객 수가 21만명에서 187만명으로 9배가량 증가했으며 그 중 단체관광객 수도 4만6000명에서 51만5000명으로 11배 이상 급증했다는 내용이다. 전담여행사 수도 1998년 35개사에서 2012년 167개사로 4배 이상 늘었다.
그러면서 "중국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한 여행업 시장은 문체부의 지정에 따라 업체의 진입과 퇴출이 이뤄져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그 범위 내에서 여행업을 경영하거나 경영하려는 국민들의 직업의 자유나 영업의 자유는 제한받게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중국 단체관광객이 국내 여행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전담여행사 지정제도는 더 이상 문체부의 내부 행정규칙에 맡겨둘 게 아니라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해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관광진흥법은 관할관청에 등록하라고만 규정할 뿐 허가나 인가는 필요하지 않다"며 "그런데 관광진흥법상 일반 여행업자들 중 문체부가 지정한 일부 여행업자에게만 중국 단체관광객 영업을 허용하는 건 관광진흥법 등 관계법령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특수한 여행업자의 지위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문체부가 내부 행정규칙을 통해 헌법, 법률, 대통령령, 부령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깨뜨리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며 "전담여행사 시행지침은 대외적인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문체부가 전담여행사를 지정·취소하는 지침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 및 의회유보원칙에 위배돼 효력이 없다"면서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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