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연재 /기획
2016-08-11 09:06:54 2016-08-11 09:06:54
장마철을 본가에서 지내고 집으로 돌아오자 낯선 냄새가 나를 반겼다. 코를 찌르는 듯한 퀴퀴한 냄새. 눈에 불을 켜고 그 불쾌함의 근원지를 찾아다녔다. 그곳을 찾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랍장 뒤에 숨어있던 거무튀튀한 얼룩들을 마주하자 으악 소리가 절로 났다. 서랍장뿐만이 아니었다. 옷장, 침대, 책꽂이 등 가구란 가구 뒤 벽지에는 모두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뭣 모르고 습한 환경을 방치해 두는 동안 신나게 번식했을 검은 무리들....... 끔찍한 그 모습을 보자 얼른 없애버리고 싶었다. 곰팡이 무식자인 나는 적을 제대로 알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사진/바람아시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곰팡이는 생각보다 더 무시무시했다. 얼룩이 100원정도의 크기면 억 단위의 곰팡이가 모여 있는 것이다. 곰팡이는 포자를 날리면서 번식한다. 이것을 들이마시면 아토피, 비염, 과민성 폐렴 등에 걸릴 수 있다. 또한 곰팡이는 독소를 뿜어내는데 이게 사람을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진드기는 담백질인 곰팡이를 먹고산다. 즉 곰팡이가 많으면 진드기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곰팡이를 제대로 없애는 방법은 벽지를 뜯어내는 것이다. 벽지 속 깊숙이 퍼진 곰팡이를 제거제로 없애고 곰팡이 예방 차원에서 방지액을 발라주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벽지를 뜯어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벽지 위에 곰팡이 제거제를 뿌리고 휴지로 닦아냈다. 얼룩이 말끔하게 지워졌다. 벽지는 장마철 전 모습으로 돌아왔다.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불쾌한 냄새가 희미하게 나기 시작했다. 며칠 전 알콜로 닦았던 그 부분을 살펴보니 곰팡이가 다시 피어나고 있었다. 허탈한 마음으로 곰팡이 핀 벽지를 바라보며 지난번에 읽었던 기사를 떠올렸다.
 
이화여대생들의 미래라이프 대학(평생 교육 단과대) 설립 반대 시위. 이 사건에 대한 기사를 읽었었다. 이대생들이 교수와 교직원 등 5명을 본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금했다는 게 기사의 주 내용이었다. 일명 ‘이대 사태’를 그 기사를 통해 처음 접했다. 앞 뒤 상황은 설명되지 않고 학생들의 비신사적인 태도와 불법 행위에 초점이 맞추어진 글. 읽으면서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 기사 내용에 따르면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은 좋은 취지인데 학생들이 왜 저런 행동을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기사 댓글을 보니 ‘이 기사만 보면 오해하기 딱 좋네요.’하고 쓰여 있었다. 다른 기사도 찾아봤다. 그제야 ‘좋은 취지’라는 명목 하에 숨겨져 있던 단과대 설립의 진짜 의미와 학생들의 비폭력 평화 시위과정, 학교 측의 과잉 진압 등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었다.
 
곰팡이를 보며 또 떠올렸던 글은 청년실업에 대한 것이다. 그 글은 청년실업의 주 원인을 ‘청년들의 높은 눈높이’로 보았다. 그리고 대기업과 공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으로 눈높이를 낮출 것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이는 청년 실업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보자. 청년들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과 공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임금과 업무 환경 차이를 이유로 들 수 있다. 중소기업의 임금이 대기업의 평균 6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 업무 시간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데 말이다. 조사에서 기업 간 복지와 업무 환경 차이도 큰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렇게 기업 간 차이가 큰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의 자본 구조가 대기업 중심이라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청년 실업 문제 원인이 기업 간 차, 그 뿐인가? 국가 경제 저성장등 다양한 사회적 원인이 있다. 청년들의 눈높이, 즉 개인적인 이유와 대안만을 강조하기에는 많은 거시적인 원인들이 맞물려있다. 
 
벽지 위 곰팡이만 보고 슥 닦아 내는 건 쉽다. 일시적으로 깨끗해지고, 만족감이 생긴다. 하지만 완전히 없앤 것이 아니기에 곰팡이는 다시 핀다. 그리고 근본적인 것, 벽지 속은 더 큰 곰팡이로 점령당한다. 벽지를 뜯지 않고 방치하면 할수록 우리의 건강은 위협받는다. 일부분만 바라보기. 우리는 그걸 경계해야 한다. 전지전능하지 않은 이상 비가 내리지 않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창문과 현관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곰팡이 제거제와 방지액을 뿌릴 수 있다. 그러려면 우선 벽지를 뜯어내야 한다.
 
 
 
조하린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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