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117930)이 법정관리에 들어간지 10일 만에 수출차질액이 1억달러를 넘어서면서 비상이 걸렸다. 1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까지 ‘수출화물 물류애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 건수는 329건에 피해 금액은 약 1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날 신고 건수와 비교하면 피해 사례가 8.6% 정도 늘었다. 유형별로는 해외 선박억류가 148건으로 가장 많았다. 해외 입항거부는 99건, 한진해운 선박으로 화물을 운송하고 있어 장차 피해가 우려되는 사례는 36건에 달했다.
신고내용을 살펴보면 “화물 억류로 바이어의 클레임 발생하고 자금회수가 늦어질 수 있다”, “바이어측 납기지연으로 인한 오더 취소가 우려된다” 등의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이어졌다. 최근 미국 항만에서 법원의 스테이오더(압류금지명령) 승인을 통해 화물 하역 작업이 가능해졌지만, 이는 일시적 조치로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만 인근에 대기 중이었던 한진그리스호 모습. 사진/뉴시스
현재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총 75척 중 20척만 정상 운항 중이고, 나머지 55척은 발이 묶인 상태다.
그나마 이날 한진해운은 국내와 일본에 이어 압류금지 명령이 떨어진 미국에서도 하역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만 인근에 대기 중이었던 한진그리스호가 하역을 전날부터 시작했고, 나머지 4척도 순차적으로 하역을 시작한다. 한진해운 5척에 실린 컨테이너는 총 3만개 규모로 하역작업을 위해 약 200억원 가량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오는 13일까지 사재 400억원을 내고, 미국 롱비치 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600억원을 마련, 총 1000억원을 한진해운에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필요한 한진해운 컨테이너 하역비를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화주 기업 역시 하역이 늦어지면서 물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선사인 머스크와MSC 등이 미주항로에 각각 6척의 컨테이너를 투입한다. 한진해운은 미국노선 4곳과 구주노선 1곳을 단독 운항하고 있다. 머스크와 MSC는 미주노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의 구주노선은 현대상선이 맡았다.
당장 수출입물동량 수송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외국 선사에게 높은 운임을 지불하고 이용해야 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클라우스 루드 세즈링 머스크 동서 항로 최고 책임자는 "(한진해운 사태에 따라) 해운 운임이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화물 운임이 단기적으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운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 머스크는 지난 7일 아시아에서 미국 서부 항구로 향하는 서비스를 새로 만들겠다고 밝혀 한진해운을 이용하던 화주들을 흡수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머스크와 MSC 등 글로벌 공룡선사들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운임은 기존 대비 최대 3배 이상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운임인상분은 고스란히 화주들이 떠안게 된 셈이다. 실제로 글로벌 선사들은 부산항~미국 LA 미주항로 컨테이너 1FEU(4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운임을 500달러 추가 인상하겠다고 화주들에게 공지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직후 1100달러에서 1700달러로 50% 가까이 운임이 증가한 것이다. 업계에선 향후 2200달러까지 운임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주노선 운임은 최대 3700달러까지 뛰어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파 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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