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공항서비스 최고 평가와 동북아시아 최대 허브공항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한 국내 공항의 민낯은 여전히 부끄러웠다.
27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회의실에서 열린 2016년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대상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내 공항을 일궈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관련된 처우 및 인권유린부터 용역업체 입찰 과정에서 드러난 불투명성 등이 잇따라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날 오전 각 의원들이 준비한 질의답변을 마치고 이어진 오후 일반증인 심문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와 인권문제와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인천국제공항과 관련해서는 '11년 연속 세계공항서비스 평가 1위', '동북아시아 최대의 허브공항'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민망한 내용들이 줄을 이었다.
정동영 의원(국민의당)은 "인천공항에서 만나는 10명 중 9명이 비정규직인데 전문 용역 인력들에 대한 신분 안전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인원은 6800여명으로 외주화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다.
윤후덕 의원(더민주)는 공항근무자 대부분이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가장 낮은 7급으로 책정된 것을 문제삼았다. 1급 근로자와 7급 근로자간 임금 격차는 약 2.5배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참고인으로 나선 박대성 인천공항 노조지부장은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고용안정"이라며 "근속연수에 상관없이 7급 인원이 용역인력의 90%에 달하는 만큼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소방이나 테러 관련 등 전문인력 300명에 대한 직접고용 계획은 현재 추진 중이며 50명은 이미 고용이 된 상태"라며 "연내 300명의 고용을 완료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왼쪽)과 성일환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27일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항공안전기술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인천공항을 제외한 국내 공항을 관리·감독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청소노동자 성추행 논란이 도마위에 올랐다.
주승용 의원(국민의당)이 지난 2012년 한국공항공사 퇴직자 한 모씨가 청소용역업체 본부장으로 재취업해 회식 자리마다 근로자들을 성추행한 것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발생한 용역업체 노동자 인권 문제를 꼬집은 것. 주 의원은 이날 실제 성추행 당한 후 자살을 기도한 청소근로자의 육성파일을 재생하며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전하기도했다.
이날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한 손경희 한국공항공사 비정규직 노조강서지부 지회장은 "잇따른 성추행 사건에도 명확한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등 비정규직 인력들에 대한 처우는 애사심이 생길수 없는 수준"이라며 "공사측이 비정규직 인력들과의 교섭에 성의있게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서울본부가 운영 중인 김포공항이 16개 용역업체 중 12개 업체 현장 대리인이 공사 출신으로 밝혀지며 도를 넘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논란도 있었다. 특히 일부업체들에 제시하는 특수과업지시서상 자격기준에 '공항근무경력 10년이상'을 포함시키며 사실상 공사 출신을 채용할수 밖에 없도록했다는 비난을 샀다.
정동영 의원(국민의당)은 "관피아, 철피아에 이어 항피아까지 등장했다"며 "한공공항공사 뿐만 아니라 정부, 법조, 모든 공공기관에서 ○피아 체게를 개혁해야 우리사회의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임종성 의원(더민주)은 무늬만 경쟁을 내세운 보안검색요역 입찰을 지적했다. 한국공항공사가 보안검색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배점기준을 일부 업체에 유리하도록 산정했다고 꼬집었다.
성일환 한국공항공사사장은 "용역업체 직원들의 성과금과 임금에 관련된 부분은 다음 입찰때 명확하게 제시하고 재취업과 관련해서도 규정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27일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국정감사는 여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해 여전히 '반쪽 국감'으로 진행됐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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