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회고록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도 여야가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날 새누리당에서 첫 번째로 질의에 나선 윤상직 의원은 "지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한국이 기권했다"며 "정말 놀랍고 황당한 것은 북한의 답변은 당연한데, 쪽지대로 정책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미 결의안에 기권 방침이 정해진 후 북한에 통보한 것에 불과하다는 반박도 있지만, 사실관계를 두고 입장이 다르다"며 "북한의 의견을 받아서 정책을 결정하면 주권 국가로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오신환 의원은 "송 전 장관은 고발을 염두에 두고 썼다면서 사실이라고 주장한다"며 "사실이 아니어도, 사실이어도 문제인데, 헌법상 주적에 의견을 물어서 결정한 것은 정말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오 의원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고발이 들어올 것에 관심을 갖고 수사해 달라"며 "쪽지가 어떤 채널로 전달받았는지, 북한과 어떤 의논을 통해 결정했는지, 북한과 소위 거래하면서 이뤄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은 "이렇게 자세하게 진술한 내용은 진실로 인정되지 않느냐"면서 "이것은 대한민국 위상의 문제로, 회고록을 읽어본 후 필요하면 검찰이 나서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정갑윤 의원은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국민이 엄청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그 와중에 회고록이 출간되면서 세간이 떠들썩하다"며 "효율적 대북 정책을 위해서라도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새누리당)도 "찬성, 반대도 아니고 기권한 것은 문명 국가를 지향하는 국가에서는 수치스럽다"며 "보편적 관점으로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없는 인권 문제는 법무부가 양보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거들었다.
이러한 여당 의원의 질의에 김현웅 장관은 "정치·외교적으로 민감한 상황이고, 별도 부처가 있으므로 직접 답변할 성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구체적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10년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시시콜콜 쓴 것이 외교통일위원회 국감도 아닌데 왜 질의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법무부 소관 업무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회고록에 대해 대응을 안 하려고 하는데 애처롭다. 검찰이 나서라는데, 김정일과 노무현을 살려내야 하느냐"면서 여당 의원들의 공세를 싸잡아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어 "그렇게 대선에 자신이 없나. 문재인이 두려운가. 최순실과 차은택, 미르재단 등의 의혹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아무리 정쟁이라도 금도가 있는데, 내통했다는 말 듣고 이게 웬 망발인가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2002년 후보자로서 김정일을 만나고 한 인터뷰에서 '북한과 대화하려는데, 인권이 어떻다고 하면 다 끝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며 "그렇다면 외교적인 수사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 있는지 조사해보자"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대해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이 명확한 답변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색깔론을 제기하면 안 된다. 색깔론에 춤추지 말아 달라"면서 "북한과 내통했다는데, 누가 이런 것을 하겠느냐"고 힐난했다.
송민순 회고록의 내용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17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윤상직 새누리당 의원이 송민순 회고록을 들고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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