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서울패션위크를 찾은 해외 유명 백화점 및 편집숍 바이어들이 K패션의 트렌디함과 역동성은 우수하지만 독창성은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상하이패션위크보다도 늦은 서울패션위크의 시기 때문에 바잉(매입)이 어렵다는 아쉬움은 올해도 반복됐다.
18~2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7 봄·여름 헤라서울패션위크'에는 전 세계 18개국에서 104명의 바이어가 찾으며 K패션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지난 19일 DDP에서 에릭 제닝스 미국 삭스피프스애비뉴 백화점 부사장과 에릭 펙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바이어, 조나단 리 홍콩 샤인 편집숍 바이어, 캐시 응·렉스 류 홍콩 레인크로포드 백화점 바이어 등을 만나 K패션의 세계화를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이들은 모두 자국에서 손꼽히는 유명 백화점, 명품 편집숍의 바이어들이다.
이번이 세번째 서울 패션위크 방문이라는 에릭 펙 갤러리 라파예트 바이어는 K패션의 강점으로 트렌디한 스트리트 무드를 꼽았다.
그는 "최근 세계 패션 시장에서 스트리트웨어가 큰 영감을 주기 시작했다"며 "스트리트 무드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인 만큼 K패션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릭 제닝스 삭스피프스애비뉴 부사장 역시 스트리트 패션에 주목했다. 그는 "고태용 디자이너의 '비욘드클로젯'의 쇼를 인상적으로 봤다"며 "스트리트 패션 트렌드를 잘 짚으면서도 실용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런웨이 밖에서도 스트리트 패션을 찾아다녔다고 밝혔다. 제닝스 부사장은 "지난해 방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젠틀몬스터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것을 보고 미국에 가져가 한달만에 완판시켰던 경험이 있다"며 "이번엔 특별히 시간을 내 노나곤 팝업스토어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노나곤은
삼성물산(000830)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가 함께 만든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다.
가격도 K패션의 장점으로 꼽혔다. 렉스 류 레인크로포드 바이어는 "현재 패션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트렌드 중 하나는 가격 경쟁력"이라며 "한국 패션 시장에서는 유능한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만 브랜드의 개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홍콩 편집숍 샤인의 바이어 조나단 리는 "K패션은 한류 스타를 잘 활용해 좋은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정체성은 아직 강하지 않다"며 "상업성이나 가격 경쟁력을 뛰어 넘을 수 있는 확고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고 품질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캐시 응 레인크로포드 바이어는 "패션계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독특한 개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시에 유명인이나 큰 패션하우스와 컬래버레이션을 하며 브랜드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늦은 패션위크 시기에 대한 아쉬움은 이번 시즌에도 이어졌다. 제닝스 부사장은 "파리, 런던, 말리노, 뉴욕에서 한달을 보낸 뒤 서울로 와야 하는데 바이어들이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며 "패션위크는 언론에 컬렉션을 소개하기 위한 것인 동시에 바잉을 위한 행사인 만큼 숍에 걸리기 위해서는 패션위크를 앞당기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캐시 응 레인크로포드 바이어도 "패션쇼장 바로 옆에서 바잉을 위한 트레이드쇼를 하는 것은 매우 좋지만 앞선 4대 패션위크에서 바이어들이 많은 예산을 소진해 서울에서 쓸 돈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에릭 제닝스 미 삭스피프스애비뉴 부사장, 에릭 펙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 바이어, 조나단 리 홍콩 샤인 바이어, 캐시 응·렉스 류 홍콩 레인크로포드 바이어 (사진제공=헤라서울패션위크)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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