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삼성전자가 차기 갤럭시 시리즈에 LG화학 배터리 탑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 이후 배터리 납품업체 다변화 입장을 밝힌 가운데 LG화학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9일 "LG화학의 배터리 채용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삼성SDI와 중국 ATL 외에 서브 공급사를 검토 중이며, LG화학도 유력한 후보"라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전 제품에 걸쳐 LG 계열사의 부품을 채용한 전례가 없었던 만큼, 절박한 위기감이 경쟁사에 대한 자존심을 허물었다는 평가다.
갤럭시노트7 발화가 주된 원인…시장 불안 잠식 의도
삼성전자의 수급전략 전환은 일차적으로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를 둘러싼 시장의 불안을 잠식시키기 위함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차 리콜 이전 자체 조사를 통해 계열사인 삼성SDI 배터리를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동시에 중국 ATL에 쏠려 있는 수급을, 추가 공급사와의 계약을 통해 공급가격 등에 있어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갤럭시노트7 판매 직후 발화 사고가 잇따르자 8월 말 공급을 중단하고 9월 전량 리콜을 단행한 데 이어, 10월에는 공식적으로 단종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초기 갤럭시노트7에 탑재하는 배터리를 삼성SDI를 통해 60~70%, 중국 ATL를 통해 30~40% 공급받았다.
삼성전자는 문제가 된 배터리 전량을 ATL로 돌렸음에도 발화사고가 잇따르자 원점에서 다시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한국국가기술표준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미국의 안전 컨설팅·인증업체(UL) 등과 발화 원인 조사를 연내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화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으면서 배터리 이외 기판 등 전방위적으로 품질 결함 논란이 확산됐다. 품질경영을 앞세운 삼성의 제품 철학이 무너지면서 삼성으로서는 시장을 안심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는 게 업계 내 지배적 분석이다.
적도 동지도 없다…전략적 협력으로 관계 모색
삼성전자의 LG화학 배터리 채택은 검토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모바일, TV, 가전 등 전 제품을 통틀어 삼성이 LG의 부품을 채택한 사례는 없었다.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이던 라이벌이자 경쟁사인 LG로부터 부품을 공급 받기에는 삼성의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고, 삼성 또한 수직계열화를 이룬 터라 필요성도 덜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되는 리튬 폴리머 배터리 시장 1위는 20%의 점유율을 차지한 중국 ATL이다. 이어 소니(18%), 삼성SDI(11%), LG화학(10%)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이중 LG화학은 오랜 기간 배터리에 연구개발을 집중해, 품질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게 업계 내 평가다. 때문에 적도, 동지도 없는 재계의 이해관계가 이번 배터리 공급에 투영됐다는 분석이다. 삼성과 애플과의 관계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삼성과 LG는 배터리 외에도 최근 다양한 부분에서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TV용 패널 공급에 대해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샤프가 내년부터 삼성전자향 TV 패널 공급 중단을 검토하면서, 삼성전자는 샤프에 대한 물밑 가격협상과 함께 대안으로 LG디스플레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사양의 65인치 TV 패널 생산 가능업체가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한정돼 있어 현실적인 생산 캐파를 고려할 때 LG디스플레이와의 협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거에는 삼성과 LG가 경쟁사로서 단순 경쟁과 자존심 싸움에 몰두했지만, 글로벌 경쟁 심화와 각종 위기에 부딪히며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력으로 관계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LG 부품을 채택한 사례는 없다"면서 "향후 필요한 부분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갤럭시노트7 교환 창구 사진. 사진/뉴시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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