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심판 지연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이의신청을 제기한데 이어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박 대통령 측이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를 공개한 것을 두고 소송지휘요청서까지 냈다. 이런 가운데 헌재는 박 대통령 측 전술에 휘말리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19일 “탄핵소추위원단이 피소추인 변호인들의 답변서를 공개한 것은 형사소송법 47조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헌재가 소송지휘권을 행사해 이를 제지해 달라는 소송지휘요청서를 전자소송으로 접수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47조(소송서류의 비공개)는 “소송에 관한 서류는 공판의 개정 전에는 공익상 필요 기타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공개하지 못한다”고 쓰고 있다.
앞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소추위원 대리인단은 18일 국회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 전문을 공개했다. 박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서 혐의 모두를 부인했다. 박 대통령 측은 국회가 탄핵소추 이유로 지적한 모든 사실을 부인했을뿐만 아니라 탄핵 절차도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부실대응 의혹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생명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탄핵심판은 단순한 사법심판이 아니다. 본질에 있어서는 정치적 심판이라 국민의 직·간접 참여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소송지휘요청을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사생활이나 국가기밀이 아닌 한 (절차 등을) 공개하면서 운영하는 게 옳다”면서 “헌재가 기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몽니는 이뿐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가 특별검사·검찰에 수사기록 제출요구를 한 것을 두고도 “헌법재판소법 32조 위반”이라며 지난 16일 이의신청을 냈다. 헌재법 32조(자료제출 요구 등) 단서 조항은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해서는 자료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도 헌재는 재판 진행 중인 노 전 대통령의 측근비리 사건 자료를 법원에서 받은 바 있다.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서도 이석기 전 의원의 2심 재판 진행 중 변론종결 전에 관련 자료를 받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돈을 받고 일한 티를 내야하는 거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향후에도 박 대통령으로서는 헌법과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절차상 수단을 최대한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 측의 이의신청에 대해 기각·인용 여부를 심리 중인 헌재는 이날(19일)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 금요일 오후 이의신청을 접수받았지만 주말 동안 재판관 회의 없이 시간이 흘렀다. 19일 헌재가 내놓은 답변은 “문서 제출요구 대한 이의신청과 향후 진행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가 전부였다. 신속한 재판을 강조한 헌재가 박 대통령 측의 의도적 시간끌기 전략에 휘말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헌재는 이번 주 중으로 대통령 탄핵심판을 위한 첫 준비기일을 열 방침이다.
배보윤 헌법재판소 공보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브리핑룸에서 박근혜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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