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그간 정부·여당의 반대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던 각종 사회개혁 법안들이 여당인 새누리당 분당 사태와 맞물리며 속도감 있게 처리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25일 “20년 만에 4당 체제가 정립되고 200석이 넘는 야당 의석이 확보되는 상황”이라며 “구체제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한, 각종 개혁법안 처리를 위한 정치적 환경이 조성된다면 납득할 수 있는 해법들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새누리당 내 최소 30명 이상의 비주류 의원들이 탈당해 구성할 가칭 ‘개혁보수신당’이 개혁법안 처리 과정에서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최근 “정강정책에서 안보는 정통 보수를 견지하되 민생과 경제, 교육, 노동 등은 새누리당보다 개혁적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유 의원은 그간 출자총액제한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 집단소송제 도입, 법인세 인상문제 등 경제 현안에서 야당과 비슷한 주장을 펼쳐왔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지난 23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국정역사교과서 폐지문제에 당력을 주목함은 물론 재벌·검찰·언론개혁 추진에도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결의했다. 조기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기 전인 1·2월 임시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한 후 관련 법안 처리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언급한 재벌·검찰·언론개혁 문제를 다루는 국회 상임위원장의 신당 합류 가능성이 높은 것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로 대표되는 재벌관련 법안을 다루는 정무위원회 이진복 위원장과 검찰개혁 문제가 논의되는 법사위원회 권성동 위원장은 신당에 참여하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다. 언론개혁 문제를 다루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신상진 위원장도 신당 참여 여부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한 중진의원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 등 ‘방송 4법’이 통과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혁보수신당이 교섭단체 등록을 마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가는 내년 초가 되면 개혁법안 처리가 현실화될 수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그간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 등을 놓고 안건조정제도를 이용해 지연전술을 써왔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에 대해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신당이 들어설 경우 상당수 상임위에서 새누리당 소속 위원 수가 3분의 1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서 안건조정제도 활용이 불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코너에 몰린 새누리당이 부분적으로나마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새누리당 신임 원내지도부와의 대화여부를 일축해왔던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날 일제히 “이번주 초에 적절한 형태의 회동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무작정 국민들의 염원과 당면과제를 뒤로 미룰 수 없다”(기동민 원내대변인), “정치는 현실이기 때문에 접촉을 계속 도외시할 수는 없다고 본다”(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3일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전체 위원 16명 중 야당 10인의 전원 찬성을 통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법안에는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 등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필요한 경우 특검을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조위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충분한 조사가 가능하도록 그 활동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으며 위원회 판단에 따라 특검 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근거도 명시했다.
국회 상임위에서 전체 5분의 3 이상 동의로 특정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할 경우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 등 최장 330일 내에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의결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의 반대로 활동시한 연장이 불발됐던 세월호 특조위 재구성 가능성도 커졌다. 야당이 개혁보수신당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설득에 나설 경우 향후 타 법안에 대해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오른쪽)가 지난 23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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