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16일 결정하기로 연기한 가운데 이 부회장 등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주말인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2차 촛불집회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측은 “최순실 게이트 뒤에는 주요 그룹 총수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있었다”며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인 재벌들을 즉각 체포해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성LCD 공장에서 근무하다 뇌종양을 얻어 투병 중인 한혜경씨 어머니 김시녀씨는 “삼성은 우리 딸은 외면하면서 최순실 딸에게는 몇 십억원 짜리 말을 사줬다”며 “돈과 권력으로 순위를 매기는 세상이 아닌 사람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을 받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에 대해 촛불민심이 등을 돌린 것은 지난해 27일 5차 집회 때이다. 같은 달 20일 검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드러나면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삼성·롯데·SK 등 재벌기업들과 박 대통령, 최순실씨 사이에 오간 부정한 청탁과 그를 대가로 한 뇌물 수수 정황이 점점 짙어지면서 재벌기업에 대한 심판론이 처음 제기됐다.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에 “재벌도 공범”이라는 구호가 새로 붙었다.
이 부회장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최씨를 지원한 것이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여러 증언과 다른 여러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조특위는 이 부회장을 특검에 고발했다. 특히 이날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오후 7시부터 삼성과 다른 재벌총수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금당장 구속하라', '이재용을 구속하라' 등을 외치며 롯데와 SK 빌딩 앞을 행진했다. 인태연 중소상인비상시국회의 의장은 “동네마다 생기는 대형 복합 쇼핑몰은 떡볶이 한 그릇까지 점령하고 있다”며 “우리 미래는 재벌 혼자 배부른 세상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혜화동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 보수단체 맞불집회에서는 삼성에 대한 옹호의 목소리가 나왔다. 집회 참가자 이연수(82)씨는 “국가가 이재용을 끌어다가 그러면 안된다”며 “한국의 대표기업 부회장인 이재용이 무슨 죄가 있냐”고 두둔했다. 이어 “경제가 가장 중요한데, 삼성 부회장 이재용도 통치권자가 요구하면 (돈을) 안 줄 수 없지 않느냐”며 “이재용한테 자백 받으려고 강압적으로 12시간씩 잠 안 재운다. 국민들이 본노해 가만 안 둔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반된 기류는 비단 삼성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특검은 삼성의 뇌물공여 혐의를 이번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재벌 기업의 기준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수록 재벌기업에 대한 민심도 더욱 극명히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사회와 법조, 정치 각 분야에서 대두되고 있다.
한편,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기업 중 가장 많은 204억원을 출연했고 최씨와 최씨의 딸 정유라씨 소유의 독일 법인회사 비덱스포츠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한 사실이 검찰과 특검 수사결과 드러났다. 또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소유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했다. 특검은 이 돈들이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2014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대가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12월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모형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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