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연 처방액 500억원을 돌파한 토종신약이 탄생했다. 토종신약 중에서 역대 최대 실적이다. 토종신약이 글로벌 신약과 경쟁해서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23일 의약품 시장조사업체인 유비스트에 따르면
LG화학(051910)(구 LG생명과학)의 당뇨신약 '제미글로'는 지난해 처방액 557억원(복합제 포함)으로 전년(276억원)비 102% 성장했다. 토종신약 19호인 제미글로는 LG화학이 9년 간 470억원을 투자해 2012년 국내 발매한 당뇨치료제다. 지난해 1월 대웅제약과 공동판매 제휴를 체결한 이후 처방액이 크게 늘었다.
보령제약의 고혈압신약 '카나브'도 대형약물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카나브의 처방액은 404억원으로 전년(354억원)비 14% 성장했다. 카나브에 다른 치료제를 결합한 복합제들이 추가 발매돼 올해에는 5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나브는 보령제약이 12년 간 500억원을 투자해 2011년 발매한 제15호 토종신약이다.
특히 토종신약이 처방액 500억원을 넘어선 것은 1999년 토종신약 1호가 승인된 이후 17년만이다. 현재 전문의약품은 2만5960개가 허가를 받았다. 이중 연 500억원대 이상 처방액을 올리는 전문의약품은 20여개에 불과하다. 대부분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 차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토종신약은 27개가 발매됐다. 과거 토종신약은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실제, 상당수의 토종신약은 연 실적이 20억원 미만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제미글로와 카나브의 성공으로 국내 제약업계 R&D가 한단계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토종신약의 성공은 신약 개발 성공에 의의를 둔 과거와 달리 초기 신약후보물질 탐색 단계부터 해외진출을 목표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처방을 유도할 만한 진보성을 갖춰 글로벌 신약과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들 토종신약은 내수용에서 나아가 해외에서도 성공하겠다는 목표다. LG화학은 2013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와 80여개국에 대한 제미글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보령제약은 러시아, 중국 외에 중남미 13개국, 동남아 13개국 등 국가에 카나브 진출을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신약이 500억원의 블록버스터 실적을 올려 상업성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국내 제약산업이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내수에서 글로벌 진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토종신약들이 미국과 유럽에 진출을 시도한 적 있지만 상업적 성공한 사례는 전무하다"며 "개발 단계인 상당수의 토종신약 후보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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