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재소환됐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오전 10시29분쯤 나와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본인의 지시를 받았다고 하는 것을 인정하는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를 보고했는지를 묻는 취재진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은 근무 기간인 지난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블랙리스트 작성을 총괄하고, 2014년 10월 당시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공무원 6명의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위증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와 관련해 유 전 장관은 지난 23일 특검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저를 비롯해 동료, 선후배가 목격하고 경험한 사실을 볼 때 김 전 실장이 주도한 것"이라며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수석 회의 등 수시로 블랙리스트 관련 행위를 지시하고, 적용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2014년 1월과 7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렇게 하면 정말 큰일 난다'고 말씀드렸지만, 박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문화계 인사 차별과 배제를 위해 모든 공권력을 동원한 것은 민주주의 기본 질서와 헌법 가치를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전 실장은 구속된 이후 처음으로 22일 특검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8일 김 전 실장에 대해 직권남용·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영장실질심사 결과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과 같은 혐의로 구속된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도 21일과 22일에 이어 이날 오후 2시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조 전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근무할 당시 김 전 실장의 지시로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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