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대통령이 영재 프로그램 지시…정유라 언급해 충격"(종합)
차은택 "최순실에 정리해 준 것, 대통령 말씀과 똑같아"
2017-01-23 17:50:24 2017-01-23 17:50:24
[뉴스토마토 정해훈·홍연기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3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지목해 지원하란 취지의 지시를 했다는 발언을 했다.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서 김 전 차관은 지난 2014년 4월 정씨에 대한 이른바 '공무 승마' 논란과 관련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딴 선수인데, 이런 선수들에 대해 조금 부정적인 말이 나오는 것이 안타깝다"며 "정유라 같이 끼가 있고, 능력 있고, 재능 있는 선수들을 위해 그런 영재 프로그램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대통령 말씀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정씨가 정윤회씨와 최씨의 딸이란 사실을 알고 있던 김 전 차관은 "(대통령이) 정유라 얘기를 해서 충격이었다"며 "그런 쪽에서 우리가 평창올림픽이 있고, 도쿄올림픽이 있어서 영재 프로그램을 같이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2014년 4월 '공주 승마'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 전 차관은 "김 전 실장에게 기본적으로 얘기를 듣고 기자회견을 했던 것"이라며 "그 선수(정유라)가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문제없다고 대한승마협회에서 공식적으로 들어 동의해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013년 12월 처음 뵀을 때부터 김 전 실장이 체육계에 대해 보고해 달라고 했고, 수시로 체육계와 관련한 것을 직접 지시받았다"며 "그 당시 장관도 국회 질의에서 이 문제 대해 정정 보도자료를 내겠다고 답변한 것이 속기록에 나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전 차관은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의 소개로 최씨를 처음 만났다고 증언했다. 김 전 차관은 "누가 최씨를 만나보라고 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하 교수가 최씨를 처음 소개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지인을 통해 최씨를 만났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못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이진성 재판관이 "사생활은 증언을 거부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하자 결국 "하정희씨"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정씨의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와 관련해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으며, 다른 학생에게 정씨의 온라인 강의를 대신 수강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 교수와 최씨는 정씨가 졸업한 서울 경복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 교수는 2014년 6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 김장자씨가 소유한 기흥 컨트리클럽에서 최씨, 차 전 단장,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등과 함께 골프회동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은 최씨와 처음 만났을 때 정윤회씨의 부인인 것을 파악했으며, 2번~3번쯤 만났을 때 최씨와 박 대통령의 친분을 파악했다고 진술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최씨가 박 대통령과 자주 통화를 하고, 국무회의 자료를 작업하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차 전 단장은 이날 오후 변론기일에서 "최씨의 사무실에 회의하러 가면 최씨가 국무회의 기록을 컴퓨터로 작업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또 "특정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면 최씨가 사무실에서 다 나가라고 했다"며 "사무실에 조용해서 다 들리는데, 느낌으로는 대통령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전화가 오면 최씨가 따로 나가서 전화를 받을 때도 있었다"면서 "대통령과 사이가 깊은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차 전 단장은 "최씨의 사무실 방은 작고 책상이 하나 있는데, 회의하다 전화가 와 최씨가 나가면 컴퓨터 모니터를 볼 수 있다"며 "당시 느낌을 말하면 최씨가 작업하는 경우는 국무회의 회의록밖에 없고, 사무실에 오면 늘 그 작업을 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어느 날 최씨가 내 일을 몰라 문화창조융합본부 공무원과 했던 일의 취지를 간략히 정리해서 줬다"며 "이틀 정도 지나 공무원이 대통령 수석비서관 발표를 봤냐고 묻길래 알았다"고 말했다. 이에 "'일반적으로 문화 콘텐츠가 좋으면 대기업의 투자를 받고, 그 이상 좋으면 구글이 사고, 그 이상은 알리바바'란 특징적 문장이 있는데, 토시 한 안 빼고 똑같이 나왔다"며 "내 이야기기가 똑같이 나와 민망하고, 입장이 난처했다"고 설명했다.
 
차 전 단장은 최씨와 대화 이후 김기춘 전 실장을 만났다고도 회고했다. 이에 대해 "최씨와 얘기하고 나서 '전화가 갈 것'이란 말을 들었고, 이후 김 전 실장의 전화가 와 공관을 찾아 정성근 당시 문체부 장관 내정자, 김종 전 차관과 인사했다"며 "김 전 실장은 어른(대통령)한테 얘기 많이 들었다. 그때부터 '최씨기 힘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발언했다.
 
이날 오후 변론기일에서는 대통령 측 대리인이 차 전 단장에게 최씨와 고 전 이사와의 관계를 집요하게 질문하면서 박한철 헌재 소장의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대통령 측 대리인은 "최씨와 고 전 이사가 다툰 후 다시 사이가 좋아졌나", "고 전 이사가 신용불량자라 대표를 못 했나", "최씨가 차려준 것이냐" 등의 질문을 했지만, 차 전 단장은 모두 "모른다"고 대답했다.
 
대리인이 "고 전 이사는 최씨의 의상실에 CCTV를 설치해 촬영한 후 기자에게 줬는데, 이미 최씨 관련 자료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물었고, 차 전 단장은 "그 사실은 모르고, 의상실은 위치도 모른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청구인 측 권성동 의원이 "계속 유도 신문과 추측성 질문을 한다"고 지적했고, 박 소장은 "일일이 하지 말고, 압축해서 중요한 부분만 질문하라"고 요구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3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홍연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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