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의혹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굳어지는 분위기다. 포스코는 오는 25일 이사회를 열어 권 회장의 연임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인데, 회사측도 언론을 통해 권 회장의 경영성과를 널리 알리며 분위기를 잡고 있다.
권 회장은 특검 조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전달했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는 권 회장을 한달 가량 검증했다. 현재 권 회장의 선임과정과 그 이후 자사회 매각과정 등을 둘러싼 국정농단 세력의 개입의혹에 대해 특검이 조사를 하고 있지만, 권 회장의 연임에는 큰 변수가 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추천위원회가 사실상 권 회장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사외이사는 이명우 동원산업 대표이사 사장(이사회 의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신재철 전 LG CNS 사장,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변호사, 김주현 전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등 6명이다. 포스코는 지난 2006년 정관 개정을 통해 CEO후보추천위원회라는 기구를 설립해 투명한 검증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정치권 외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사외이사는 모두 회사가 선임하기 구조이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내놓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구조상 거수기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인데, 실제 지난 2015년 포스코 이사회의 안건 찬성률은 97.10%로 거의 100%에 육박한다. 여기에다 인사 관련 안건은 한번도 제동을 건 일이 없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이니, 오명을 벗기 어렵다. 최근 포스코가 미르·K스포츠 재단에 49억원을 출연하는 과정에 대해 당시 이사회 의장이자 현재 이사진인 박병원 한국경총 회장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스코는 세계 최고의 철강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대표 기업 중 하나다. 오너가 없고,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사회가 경영진을 감시·견제하지 못하고 단순 거수기 노릇만 한다면 포스코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이제라도 포스코 이사회가 앞장서 본연의 역할로 돌아감으로써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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