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호석기자] 금호그룹이 총수의 경영권을 위협받고 계열분리의 위기까지 오게된 화근은 결국 무리한 몸집불리기였다.
금호는 지난 2006년 11월 M&A시장 최대 매물이었던
대우건설(047040)을 6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2008년에는
대한통운(000120)까지 인수하면서 물류라이벌 한진그룹을 따돌리고 재계 서열 8위에 올랐다.
이렇게 외양은 갑작스레 커졌지만 내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던 풋백옵션(매도선택권)은 금호를 헤어나기 힘든 유동성 위기에 빠뜨리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금호는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대우건설 주식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는 대신에 대우건설 주가가 3만2500원 이하로 내려가면 주식을 되사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대우건설 주가는 바닥을 헤맸고 결국 재무적 투자자들의 주식를 되사는데 무려 4조원이 소요되는 상황이 됐다.
또 그 와중에 벌어진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형제의 난'은 유동성 위기를 심화시키며 시장의 차가운 시선을 불렀다.
계열분리와 대우건설 M&A에 따른 책임론, 그리고 3세경영 체제 등에 대한 이견으로 형제간 다툼이 벌어져 결국 선대의 유지였던 형제경영의 틀마저 깨지고 두사람이 동반퇴진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는 유동성 위기로 가뜩이나 불안한 시선을 보내던 시장의 신뢰를 더욱 크게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후 금호는 부랴부랴 다시 대우건설을 시장에 내놨지만 시간이 가면 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과 함께 무리한 대우건설 인수가 전체 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생생히 목격한 시장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아울러 강력한 구조조정이나 총수의 사재출연 지연 등 책임지는 모습을 제때 보여주지 못한 점도 돌이키기 힘든 국면을 만든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우건설 매각이 지연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점차 심각해지는 데도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경영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결국 문제해결이 더욱 더뎌지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금호는 시간과의 싸움마저도 패하고 사실상 그룹의 운명을 채권단에 맡겨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뉴스토마토 이호석 기자 aris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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