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은 '경기지사들의 무덤'…이번에는 어떨까
이인제·손학규·김문수 번번이 실패…현직 남경필도 고전 중
2017-02-02 17:22:04 2017-02-02 17:22:04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제19대 대통령을 목표로 이인제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김문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전·현직 경기도지사들이 뛰고 있다.
 
그러나 역대 경기지사들의 도전은 항상 실패로 이어졌고, 이후 정치적 위상도 크게 흔들려 ‘경기지사의 저주’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이번에야말로 그 저주를 풀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인다.
 
민선 1기인 이 전 지사는 지난달 15일, 3기 손 전 지사는 지난달 22일, 6기이자 현직인 남경필 지사는 지난달 25일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4·5기 김 전 지사는 이달 말 출마를 준비 중이다. 2기 임창열 전 지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전·현직 경기지사가 대권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사실 정치권에서는 경기도지사야 말로 가장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말 주민등록 기준 경기도 인구는 1271만명으로 전국 인구 5169만명의 4분의1에 해당된다. 웬만한 국가수준이다. 또 지역 내에는 대도시뿐만 아니라 공업지대와 농·어촌 등이 있고, 북한과 접경해 안보문제도 다룬다. 지역별 정치성향도 다양해 경기지사는 사실상 대한민국의 축소판을 이끈다.
 
그럼에도 막상 대선 레이스에서는 실패만 거듭하고 있다. 후보 개개인들의 역량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지사직을 제외하고도 국회의원(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장관(이인제, 손학규), 정당대표(이인제, 손학규), 민주화운동(김문수, 손학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경험이 풍부하다.
 
결국 자신이 소속된 당과 진영 내 미미한 지지세가 끝내 발목을 잡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개인의 경쟁력과 별개로 경기지사를 하면서 여의도 정치권 및 중앙 언론과 자연스레 거리가 생기고, 그 이유로 경선 단계부터 고전을 한다는 해석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후보들의 대권 실패사는 ‘평행이론’으로 보일만큼 유사하다. 이 전 지사는 1997년 15대 대선 당시 신한국당 경선에 참여해 이회창 후보와 결선투표까지 맞붙었지만 끝내 실패했다.
 
손 전 지사는 2007년 17대 대선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와 치열하게 붙었지만 두 사람의 벽을 넘지못했고,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도 정동영 후보에게 패했다. 김 전 지사도 2012년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참패했다.
 
남 지사 역시 현재 소속당인 바른정당 내 입지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캠프 내 당 소속 의원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총괄본부장인 정두언 전 의원은 당원이 아니다. 당내 라이벌 유승민 의원 대선캠프에 많은 현역 의원들이 참여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경기도에 대한 중앙 언론의 부족한 관심도 아픈 부분이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서울시장인 이명박 후보는 시장재임기간 중 12만개의 일자리 만들어냈으며, 2.8%의 경제성장을 달성했다며 ‘경제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손 전 지사는 경기도에 74만개의 일자리 만들었고 7.5%의 경제성장을 일으켰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남 지사 역시 “도지사하는 2년 동안 전국에서 만들어진 일자리 약 절반을 경기도가 만들었다”며 ‘일자리 대통령’을 자부하지만 크게 부각되고 있지는 않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경기도 운영 경험은 후보에게는 큰 자산이지만 당내 경선 단계에서 실패하니 큰 소용이 없다”면서 “경기도는 다른 지역처럼 ‘대망론’이 없어 지역기반이 되기 어렵다. 지역별 이념도 다양해 열성적인 지지층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남경필 지사 측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며 “그간의 실패는 이번의 성공을 위한 어머니 역할을 하셨다고 생각한다”면서 반전을 자신했다.
왼쪽 상단부터 각각 이인제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김문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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