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국가에 소중한 분"…'통합' 보폭 넓히는 문재인
"정권연장 꾀하는 세력에 이용당해…향후 국가에 기여할 기회 많을 것"
계파·지역·이념 초월하는 캠프 곧 발족
2017-02-08 17:02:36 2017-02-08 17:02:36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대선 정국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말이 있다. ‘확장성’이 부족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높다고는 하지만 민주당 지지율을 뛰어넘지 못하는 상황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8일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 발표에 따르면 문 전 대표 지지율은 36.9%로 민주당 지지율(41%)에 미치지 못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와 관련 문 전 대표가 지난 5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평가하며 내놓은 발언이 이목을 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MBC경남>의 한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해 반 전 총장에 대해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한, 국민들로서는 아주 자랑스러운 분"이라며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외교를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고 기여해줄 기회가 많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의 지난 1일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서도 “정권연장을 꾀하는 정치세력(새누리당 내 친박근혜계)에게 정치적으로 이용당한 것”이라며 "저로서는 기쁜 마음은 아니었다. 좋은 경쟁이 되리라고 기대를 했었는데 조금 안타까운 심정이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당일 내놨던 "뜻밖이다. 좋은 경쟁을 하려 했는데 안타깝다", "유엔사무총장을 역임한 경륜으로 국가를 위해 기여해주길 기대한다"는 언급에 비해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이 발언을 놓고 반 전 총장 끌어안기를 통한 보수층 공략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본인의 의사와는 별개로 반 전 총장은 보수세력에서 유력 대선후보로 평가받아왔다. 대선주자 기근에 시달리던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직전까지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냈던 이유다. 그런 반 전 총장을 감싸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에 대한 보수층의 비토(반대) 움직임을 불식시킬 계기로 삼았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후 지지율이 상승 중인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한 견제용 포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안 지사는 지난 2일 “국가운영에 있어서 노무현 정부 때 못다 이룬 대연정의 헌법적 가치를 실천할 것”이라며 여·야를 넘나드는 대연정 카드를 빼들고 보수층으로의 세력 확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지난 7일 대전·충남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대연정 발언에 대해서는 안 지사가 그 뒤에 해명을 했는데, 제 생각과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정 제안이 ‘과거 적폐를 덮거나 새누리당을 용서하자는 것이 아니며 여·야 협치구조를 정상화해 개혁과제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안 지사의 해명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자신이 내놓은 ‘적폐 청산·사회 대개혁’ 기조를 유지하면서 보수층으로의 세력확장을 꾀하는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당 대표로 있던 당시 영입했던 인사들 면면에서 그의 보수층 공략의 일면을 볼 수도 있다. 문 전 대표 지원 외곽조직인 더불어포럼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첫번째로 영입했던 표창원 의원만 해도 스스로 ‘보수주의자’를 자임했던 인물 아니었냐”며 “다른 영입인재 중에서도 민주당의 전통적 개혁성향과 맞지 않는 사람이 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이 향후 공식 선거캠프 출범 후 보수층 공략을 가시화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경수 의원은 “계파와 지역, 이념을 뛰어넘는 캠프를 구성할 것”이라며 “개혁성과 통합성을 고루 갖춘 신뢰받는 캠프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이미 지난 4일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 패널로 참석한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예비역 육군 중장)이 자신의 대선 캠프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전 전 사령관은 보수 성향의 ‘미국통’ 장성으로, 그의 문 전 대표 지지를 놓고 한동안 예비역 군인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 전 대표 측 임종석 비서실장은 "전 장군이 우리 군의 발전과 '한미동맹 강화'에 소중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보수세력 보듬기 행보가 현 정부의 실정까지 안고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분명히 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그들(현 정부를 위시한 세력)과 절대 같이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점이 안 지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문 전 대표의 보수층 끌어안기 행보의 결과는 미지수다. 당 내에서는 기존의 개혁적 면모를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당직자는 “다른 대선 상황과 달리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는 상황 아니냐”며 “여기서 보수층을 감싸안는 모습은 이도저도 아니게 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확장성 문제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도 있다. 문 전 대표 측 박광온 의원은 “한동안 문 전 대표를 괴롭히던 ‘확장성’ 문제는 지금은 철 지난 이야기가 됐다”며 “확장성은 결국 가능성을 말하는 것으로,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이 확장성이 큰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후보 별 가상 양자·다자 대결에서 문 전 대표 지지율이 최소 50%를 육박하거나 상회하는 상황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기존 젊은 층 말고 50대에서도 문 전 대표가 1위를 하는 조사가 있다”며 “지역과 세대, 연령을 넘어서 가장 큰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후보로 국민들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캠프 내에서는 야권 후보 지지율을 문 전 대표 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까지 합산해 봐야 한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당 내 경선 과정에서 후보가 정해지면 낙선자의 지지율도 흡수된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이 위협적이기는 하나, 길게 봤을 때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아이에스씨(ISC)에서 열린 '여성공감, 일·가정 양립 일자리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 첫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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