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11.3 부동산 대책은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투자수요를 크게 위축시키며 장기간 열기를 이어가던 청약시장을 멈춰서게 했다. 다만 정부의 기존 규제와 달리 선별적, 국지적 옥죄기여서 대체 투자처에 대한 풍선효과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꺼내든 대출금 원리금 상환과 집단대출 규제 등 금융 정책은 기존 주택시장 마저 휘청거리게 할 정도로 강력한 '한방'으로 작용했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주택 구입 패턴으로 인해 일반 아파트 매매 수요까지 위축시키며 주택시장 전반을 휘청이게 하고 있다.
15일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2월 첫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떨어졌다. 지난 1월 넷째 주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 10월 주간단위로 0.08%가 오를 정도로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11.3 대책 발표 이후인 11월 첫주 0.05%로 떨어지더니 작년 12월에는 가격 변동없이 보합세로 돌아섰다. 그리고 새해 들어 하락세로 전환된 이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값이 떨어진 것은 작년 3월 마지막주 이후 무려 43주 만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청약시장 인기가 지속되면서 분양가격이 오르고, 이들 단지에 웃돈까지 붙으면서 주변 기존 단지들 가격까지 끌어올렸다. 전세난이 지속된 것도 가격 상승세를 부추겼다"며 "하지만 11.3 대책으로 투자수요가 크게 위축됐고, 이후 계속해서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실수요까지 주택 구입을 망설이게 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주택 구입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자 수요자들의 매매시장 진입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지난 10월 100을 넘기기도 했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4주 연속 하락하며 96.7까지 떨어졌다. 100을 기준으로 이를 웃돌면 수요가, 100을 밑돌면 공급이 더 많다는 의미다.
매매거래 역시 55.8까지 떨어지며 작년 10월 이후 17주 연속 하락하며 58.4에 머물고 있다.
집단대출 등 주택구입자금 대출 규제 강화로 시장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수요 위축을 부추겼다.
주담대 금리는 미국 금리인상 예상에 작년 8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후 11월에는 3%대에 진입하면서 주택 구매자들의 부담을 키웠다.
집단대출 금리는 주담대를 추월하며 신규 분양시장 수요자들을 압박했다. 작년 9월 3.15% 수준이던 시중은행 집단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달 3.76%까지 치솟았다.
금리 인상에 대출 규모는 크게 줄었다. 정부는 작년 대출자의 소득심사를 강화하고 원리금을 분할 상환하도록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올해부터 집단대출에도 적용했다. 이에 앞서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추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은행권 집단대출 규모는 2조5000억원까지 줄었다. 작년 9월까지는 월평균 4조4000억원 수준에 이르렀지만 10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는 "국내 주택 구입자 대부분이 대출을 통해 매수에 나서는 만큼, 금리 인상과 원리금 상환 부담 증대는 곧 바로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주춤해졌지만 이미 위험수위에 이른 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의 관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 매수세 위축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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