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화재현장에서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소방관의 의무가 아니겠냐.”(용산소방서 최길수 대원) 불과 결혼을 한 달도 남지 않은 소방대원과 17년간 현장에서 싸워온 소방대원이 화마가 집어삼킨 현장을 뚫고 일가족 등 5명을 구했다.
지난 11일 오후 11시쯤 용산구 원효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다급한 신고가 용산소방서에 접수됐다. 곧바로 출동한 소방차 안에는 이미 연기가 창문 밖으로 나오고 있다는 다급한 무전까지 이어졌다. 화재는 최초 302호에서 발생했으나 옆집과 위층으로 빠르게 번졌고, 자력으로 대피한 시민 외에 5명이 건물 안에 있다는 주변의 얘기를 들은 구조대원들은 망설임 없이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2인1조 2개조로 투입된 용산소방서 구조대원들은 곧바로 옥상으로 향하는 비상구를 개방하고, 4층 거주자를 우선 구조해 대피시켰으며, 곧바로 다른 조가 3층으로 내려가 짙은 연기와 열기 속에 고립된 어린이 2명을 보조마스크를 씌워 구조했다.
구조대는 어린이 2명을 구조하던 중 화재가 발생한 옆집(302호)에 아이들 부모가 아직 탈출을 못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즉각 김성수 대원(소방장·43)과 최길수 대원(소방사·34)으로 이뤄진 2조는 지체 없이 302호로 진입했다.
2조는 아이들 부모를 찾아 보조마스크를 씌워 탈출을 준비했으나 그 사이 천장 틈 사이로 301호의 화재가 302호로 넘어왔고, 그 불길은 순식간에 부모와 소방대원들을 덮쳐 퇴로를 막아버렸다. 그 짧은 순간 김 대원과 최 대원은 일체의 망설임 없이 온몸으로 불길을 막아선 채 창문을 통해 어머니와 아버지를 탈출시킨 후 최 대원은 1층을 향해 뛰어내렸고 김 대원은 화마를 뚫고 탈출했다.
불길이 거세지 않았다면 계단을 통해 안전하게 1층으로 구조할 수 있지만, 불길이 퇴로를 막은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3층에서 1층으로 탈출하는 것 뿐이었다. 이들의 빠른 판단으로 건물 안에 갇혀 구조를 기다리던 5명의 시민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으나, 구조과정에서 김 대원은 얼굴과 손에 화상을 입었고, 최 대원은 추락의 여파로 허리(요추)에 부상을 입었다.
김 대원은 1999년 10월에 입사해 17년간 최일선 현장에서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사명감을 가지고 근무하고 있으며, 최 대원은 지난 1월16일에 입사해 2달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대원이다. 특히 최 대원은 다음달 1일에 결혼을 앞두고 있어 동료와 주변의 많은 지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현재 병상에 누워있는 최 대원은 “화재현장에서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소방관의 의무”라며 자신보다 탈출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요구조자의 부상 정도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1일 김성수 대원과 최길수 대원이 화마에 맞서 시민을 구조한 용산구의 한 다가구주택 302호. 사진/서울시소방재난본부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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