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600만 소상공인)④마른수건 짜기 '카드 수수료'
1999년 카드결제 의무화…가맹점수수료 논란 시발점
"대형마트와 수수료 차별하지 말아야"
2017-03-23 06:00:00 2017-03-23 06:00:00
[뉴스토마토 임효정·정재훈기자] #.서울 중구 소공동 지하상가에서 도자기 등 공예품을 판매하는 정모씨. 10년전 현금결제 비중이 높았던 때와 달리 최근에는 매출의 90%이상이 카드(신용+체크)결제로 이뤄진다. 그러면서 가맹점수수료 부담도 커졌다. 요즘은 더 심각하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카드사로부터 가맹점수수료율 인상을 통보 받자 고민이 깊어졌다. 그는 최근 S카드사로부터 해외발급카드에 대한 가맹점수수료율 조정 안내를 통보 받았다. 이달 21일부터 아멕스 등 국제브랜드사의 가맹점수수료율을 1.5%에서 2.5%로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비자, 마스터 등 국제브랜드사의 가맹점수수료율도 3.5% 수준이다. 그가 운영하는 공예점을 찾는 손님 대부분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카드결제 비중도 날로 높아진다. 먹거리, 기념품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인 공예품은 결제의 80~90%가 신용카드로 이뤄진다. 그는 "지난해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국내 선물 소비가 줄어들면서 매출 대부분이 외국관광객으로부터 발생되고 있다"며 "국내 가맹점수수료도 부담인데 해외발급카드에 대한 가맹점수수료는 더 높아 가게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고질적인 문제로 빠지지 않는 것이 '신용카드 수수료'다. 갈수록 신용카드 결제비중이 높아지면서 가맹점수수료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부담도 더 커지는 형국이다. 
지난해 신용카드 결제 건수는 현금 결제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수 기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급수단으로 신용카드가 50.6%를 차지했고, 현금(26%), 체크·직불카드(15.6%)가 뒤를 이었다. 지난 2014년 조사 당시에는 현금(37.7%) 이용 빈도가 신용카드(34.2%)보다 높았지만 2년 사이 이용 비중이 역전됐다.
 
문제는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높아질수록 영세가맹점의 수수료 부담도 커진다는 점이다. 현재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8%, 연매출 2억∼3억원인 중소가맹점은 1.3%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연매출 3억원 이상인 가맹점은 1.85~1.96% 수준의 수수료율을 카드사에 지불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더 크다. 국내 카드사는 외국인이 국내 가맹점에서 카드결제 후 발생하는 전표를 매입하는 일도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게 되는데 이는 3~5% 수준이다. 현재 외국인 관광객의 카드결제는 대형마트, 면세점 등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어 해외발급카드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관심은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향후 소상공인 업종에 카드결제 비중이 늘게 되면 또다른 논쟁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3000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6.4%가 현재 적용되고 있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들 중 76.7%는 적정 수수료율을 '0.5~1.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시내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점주는 "이전에는 PC방이 현금장사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카드 결제가 더 많다"며 "과거에 비해 수수료율이 많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결제 비중이 늘었기 때문에 가맹점 입장으로서는 부담이 줄어든 게 아니다"고 말했다.
  
가맹점수수료를 둘러싼 잡음은 20년전부터 끊이질 않았다.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결제가 사실상 의무화된 지난 1999년 당시 대부분 사업자가 가맹점 가입을 시작하면서다. 카드결제가 의무화되지 전까지는 가맹점 수수료가 높으면 카드를 받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에 수수료에 대한 반발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1996년 유통시장이 전면개방되면서 대형 마트의 등장이 본격화된 데다 카드결제까지 의무화되자 가맹점수수료 차별에 대한 중소 가맹점의 불만이 고조됐다. 매출이 높은 대형마트의 가맹점수수료는 평균수수료율보다 낮게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카드 수수료 수납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외에는 없다"며 "출발이 잘못됐기 때문에 계속해서 정부가 이 문제에 개입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드의무화를 정부에서 활성화 한 만큼 대형 가맹점과 중소가맹점을 차별화해서는 안 된다는 게 소상공인들의 주장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대형가맹점은 여전히 영세가맹점보다 낮은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적용 받고 있다"며 "여기에 대형가맹점은 카드사와 협상을 해서 적정 수수료율을 정하는데 소상공인들은 단체협상권도 없어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통보받고 있는 실정이다. 수수료를 두고 대형가맹점과 영세가맹점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결제방식에 따른 가격차별화를 통해 논쟁의 불씨를 잠재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 여신전문업법 19조 1항은 '신용카드 가맹점이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가맹점에서는 카드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와 달리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가격 차별을 통해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경감하고 있다. 호주는 카드가와 현금가에 차별을 두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국가다. 미국 역시 카드발급사의 연체 리스크가 없는 체크카드에 한해 가격차별을 허용하고 있다.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세원 투명화라는 명분으로 카드 결제를 의무한 만큼 법 개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외국의 사례처럼 가격차별 허용 등 관련법 개정을 통해 카드수수료 문제를 해결 할 수도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신용카드 결제 건수는 현금 결제를 넘어섰다. 서울 신설동의 한 식당 역시 하루 매출 가운데 80% 이상이 카드결제를 통해 이뤄진다. 사진=뉴스토마토
임효정·정재훈 기자 emy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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