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SK텔레콤 AI 스피커'누구' "말 한마디로 쇼핑까지"
"시대가 변했다. 키보드에서 마우스, 이어 터치, 이제는 음성이다"
"누구든 되는 '누구'. 방향은 소비자가 결정합니다!"
2017-04-06 15:28:18 2017-04-07 09:34:41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휴일 오후. 누적된 피로 탓에 손끝 하나 움직이기 힘들다. 오늘만큼은 쉬지 않고 울려대던 업무 메신저 알림음 대신 좋아하던 음악을 듣고 싶다. 어디에 던져놨는지 휴대폰이 보이질 않는다. '누군가 휴대폰을 찾아 음악을 틀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태연 신곡 틀어줘"라고 말하면, 이를 알아듣는 만능 기기도 사고 싶은 심정이다. SK텔레콤은 소비자들의 이러한 요구에 집중했다. 휴대폰이나 리모컨을 찾아 누를 필요 없이 말 한마디면 원하는 것을 알아서 해주는 것. 인공지능(AI) 기능을 갖춘 스피커 탄생의 시작점이다. 그렇게 '누구'는 지난해 9월 세상에 나왔다. AI 스피커에 생소했던 소비자들이 "누구를 사용하면 어떻게 편하냐"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출시 7개월째를 맞은 누구의 누적 판매량은 7만대에 달한다. 누구의 탄생부터 함께 한 이태훈 SK텔레콤 AI사업제휴팀장을 만나 개발 스토리 등을 들었다.
 
이태훈 SK텔레콤 AI사업제휴팀장이 '누구'의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건 기자
 
누구든 될 수 있는 AI 스피커 '누구'
 
PC부터 스마트폰까지 사용자인터페이스(UI)는 변화했다. IBM에서 내놓은 초창기 PC로 '키보드'를 익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의 PC가 등장하면서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기 시작했다. 다음이 스마트폰의 '터치'다. 애플 아이폰으로 촉발된 터치 기반의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보급되자 노트북PC와 각종 안내 디스플레이에도 터치 UI가 보급됐다. 터치보다 더 쉽고 자연스러운 것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이어졌고, 결과는 '음성'이었다. 손을 움직여 화면을 터치하는 것보다 더 쉬운 것이 그냥 말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말로 하는 것보다 PC 마우스나 TV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이태훈 SK텔레콤 AI사업제휴팀장은 "마우스나 리모컨도 없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결국 그냥 말로 하는게 가장 편하다"며 "일일이 찾고 클릭하는 것보다 말 한마디로 끝내는 게 더 간편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종합기술원은 2012년부터 음성인식 기술의 개발을 시작했다. SK텔레콤 사업부에서는 집에서 음악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각종 시험서비스와 제품을 만들던 2014년 무렵 아마존의 AI 스피커 '에코'가 출시됐다. 하지만 에코는 영어 기반이었다. SK텔레콤은 한국인들이 쉽게 쓸 수 있는 한국어 기반의 AI 스피커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집에서 음악을 편하게 듣는 방법에 착안하면서 모양은 스피커 형태로 정했다. 문제는 이름이다. 알라딘부터 아리아까지 다양한 이름이 나왔다. 음성인식 기술을 탑재한 AI 스피커의 정체성을 잘 표현해야 하고 발음하기도 쉬워야 했다. 여러 후보들이 거론됐지만 결론은 '누구'였다. 내가 원하는 음악을 틀어줘야 하고, 먹고 싶은 치킨도 알아서 주문해 주려면 AI 스피커가 누구든 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는 말뿐만 아니라 조명으로도 사용자와 소통한다. 누구를 불렀을 때 불빛이 나오고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는 동안 다른 불빛을 보여준다. '당신의 말을 들었다', '지금 답을 찾고 있으니 잠시 기다려달라'는 메시지를 조명으로 보내는 셈이다. 이 팀장은 "조명도 음성처럼 자연스러운 UI 중 하나"라며 "스피커가 살아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조명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모델이 '누구'를 통한 음성 쇼핑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소비자 요구 반영…영어대화 가능에 크기도 작아져
 
음악 중심의 기능으로 출발했던 누구는 ▲T맵 교통정보 ▲위키백과 음성검색 ▲라디오 등도 가능하게 진화됐다. 최근에는 쇼핑 기능까지 더했다. SK 계열사인 SK플래닛의 오픈마켓 11번가와 손을 잡았다. 11번가의 오늘의 추천상품 5개와 금주의 추천도서가 대상이다. 11번가에 미리 자신의 계정과 결제 정보를 등록하면 된다. "생수 주문해줘"라는 한마디로 평소에 주문하던 생수의 주문과 결제가 이뤄진다. "요즘 인기 있는 책이 뭐야?"라고 물으면 11번가의 금주 추천도서를 알려주고, 바로 주문할 수 있다. 이 팀장은 "현재는 상품을 고를 필요성이 크지 않은 생필품 위주로 쇼핑이 가능하다"며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핀 후 판매 물품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는 현재 한국어로만 대화가 가능하지만 향후 영어로도 가능할 예정이다. SK㈜ C&C사업이 IBM의 AI 엔진 '왓슨'을 기반으로 선보인 '에이브릴'이 누구에 적용된다. 영어 대화가 가능해지지만 타깃은 한국인이다. 이 팀장은 "아마존 에코를 해외직구로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구매 이유를 물었더니 아이의 영어 학습용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누구의 영어 대화도 아이에게 영어 대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주고픈 부모들이 1차 타깃으로 설정됐다. 에코 등 경쟁작들과 차별화하려면 다양한 영어 콘텐츠가 필수다. SK텔레콤은 영어 콘텐츠 제작사와 어떤 콘텐츠를 누구에 탑재할지에 대해 협의 중이다. 난관도 있다. 누구의 음성 엔진은 한국어에 최적화돼 있다. 에이브릴은 IBM의 왓슨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때문에 한국인의 영어 발음을 얼마나 잘 알아들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누구의 영어 대화는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SK텔레콤은 누구보다 크기가 작고 가격이 저렴한 AI 스피커도 준비 중이다. 기존의 누구는 주로 가족들이 모이는 거실에 놓고 쓰는 용도였지만, 자신만의 공간인 방으로 가져가 사용하고 싶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 팀장은 "누구를 거실에서 방으로 옮기면서 전원을 껐다가 켜면 재부팅에 시간이 걸린다"며 "특히 아이들이 방과 거실로 갖고 다니길 원한다는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새 누구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지난 1일자로 조직개편을 단행, AI 사업을 총괄하는 AI사업단을 신설했다.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핵심 영역에 회사의 리소스를 집중하자는 박정호 사장의 의지가 담겼다. 경쟁사인 KT도 AI와 스피커 기능을 갖춘 셋톱박스 '기가지니'를 내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마존의 에코, 구글의 구글홈 등 경쟁작들이 쏟아지고 있다. 스피커뿐만 아니라 AI 서비스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 이동통신사와 IT업계뿐만 아니라 전 산업군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AI사업단은 AI 엔진 개발과 서비스 기획부터 마케팅 등 사업 확대 단계까지 AI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이에 이 팀장의 소속도 누구사업본부에서 AI사업단의 AI사업제휴팀으로 변경됐다. 입사 후 주로 신사업 분야에서 근무했던 이 팀장은 AI사업단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밀도 있는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졌다"며 "회사의 리소스를 집중함으로써 효율성과 속도감에서 기존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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