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최순실씨가 17일 법정에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며 이른바 '고영태 일당'이 국정농단 주범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직권남용·강요 등 혐의에 관한 27회 공판 피고인신문에서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함께한) 몇십년 세월을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의리와 신의를 지키면서 그분을 존경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곁에 있었다고 진술했는데, 맞느냐"는 검찰 질문에 "어려울 때 항상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항상 있었다"고 대답했다.
최씨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질문을 이어가자 "대통령을 그런 식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 공모하거나 그런 적 절대 없다"며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하기도 했다. 이어 "제가 아는 대통령은 사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대통령을 뽑은 국민이 있는데, 대통령을 모욕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씨는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등이 자신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웠다고 거듭 주장했다. 최씨는 "고영태는 의상실 임대보증금을 피고인이 대줬다고 진술했는데, 맞는가"라는 질문에 "검찰이 고영태 진술을 신뢰할지 모르지만, 나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고영태 진술에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날카롭게 반응했다. 또 "2014년쯤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일하는 게 느려서 민간재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주변에 했다고 하는데"라고 검찰이 추궁하자 "그런 적 없다. 고영태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답변했다.
검찰이 최씨와 고씨 등이 회의를 한 회의록을 제시하자 최씨는 "회의록 존재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차은택(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고영태가 대통령 측근으로 없었다면 오늘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르재단에는 내 사람이 없다. 전부 차은택 사람만 있고, K스포츠재단에는 고영태 사람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들이 모두 실세 노릇을 했다"며 "나는 완전히 허세였다"라면서 자신이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최순실씨가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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