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제주항공(089590)이 '제주 딜레마'에 빠졌다. 수요가 풍부한 국내 대표 관광지 제주도를 기반으로 둔 덕에 LCC 업계 부동의 1위로 자리했지만, 제주도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콜센터 존치를 놓고 불거진 제주항공과 제주도 간 갈등이 최근 운임료 인상 국면에서 소송전으로까지 번지며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도민 항공사' 타이틀을 등에 업고 업계 선두로 성장한 제주항공이 지역 기반과 도민을 저버렸다는 제주도의 주장과 제주도가 2대 주주임에도 기업가치 제고 없이 무리한 요구만 늘어놓고 있다는 제주항공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2005년 출범 이후 제주를 기반으로 고속성장을 지속, 지난해 역대 최대 경영실적을 거뒀다. 6년 연속 흑자행진이다. 제주도 역시 제주항공 취항 이후 접근성 개선으로 관광객이 증가한 데다, 도내 세수확보 및 고용창출 효과를 누렸다. 이 같은 양측 관계는 지난달 30일 제주항공이 제주를 비롯한 국내 4개 노선의 주말 및 성수기 요금을 최고 11.1% 인상하면서 틀어졌다.
제주도는 지역 특성상 항공이 도민의 필수 교통수단인 데다, 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운임료 인상을 강행했다며 제주항공을 비난하고 나섰다. 항공요금 인상금지 가처분까지 신청했다.
제주도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성장해 온 제주항공이 최근 제주도의 경영간섭에 번번이 발목잡히며 골머리를 앓고있다. 제주항공 카운터에서 입국 절차를 밟고있는 제주공항 이용객들. 사진/뉴시스
제주항공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단위거리(km) 당 114원이던 제주항공의 국내선 운임료는 지난해 3분기 기준 97원까지 낮아졌다. 7개에 달하는 국적 항공사간 경쟁으로 가격 출혈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5년 만에 단행되는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라는 주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실적 개선은 제주도에 배당 또는 노선 신규개발 등의 혜택으로 돌아간다"며 "도민의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역할 또한 주주로서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양측 대립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제주항공 논리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제주도가 중국 관광객 감소를 지역경제 타격의 최대 이유로 내세웠지만, 국내 관광객의 증가로 일정 부분 상쇄됐기 때문이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55.4% 급감했지만, 내국인 관광객은 10.3% 늘며 전체 관광객은 3.4% 감소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중국 관광객 감소를 관광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지, 이를 이유로 기업 의사결정을 간섭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황호원 항공대 교수는 "제주도가 제주항공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강화하려면 그만큼의 투자를 통해 현재 7.66%인 지분율을 높이면 될 일"이라며 "협약서를 근거로 제주항공을 비난하는 것은 협의와 합의의 의미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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