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유통산업 규제 '상생' 헛점 따져봐야
2017-04-28 06:00:00 2017-04-28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장미대선 정국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대선주자의 유통산업 정책도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과 유통대기업,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 등 다양한 경제 주체들은 대선주자들의 각종 규제공약에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유통산업 발전을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뒷짐을 지고 민간에게만 산업 생태계 유지를 맡길 경우 자칫 거대자본에 의해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업이 잠식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대선주자들의 규제공약 대부분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 대선주자들의 유통 규제 정책도 대기업과 자영업자들과의 '상생'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동안 선행된 '규제'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이미 선행된 규제들은 최근까지도 '상생'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등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대형마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조례로 지정해 해당일에 휴무를 실시하도록 한 바 있다. 취지는 바람직했다. 전통시장 매출에 도움이 되고, 근로자 휴업일이 보장된다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형유통시설의 의무휴업일의 경우 휴업일에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게 하겠다는 기존 취지가 무색해진지 오래다. 대형마트들은 이미 자체 온라인쇼핑몰이 활성화되있고 매출도 고속성장 중이다. 온라인쇼핑 시장이 강제휴무 대상에서 벗어난 규제의 사각지대나 다름 없는 셈이다. 
 
결국 허술한 의무휴업 규제 정책은 '영세 자영업자'와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취지를 실현시키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선주자들의 유통산업 규제 공약은 기존 의무휴업의 유지와 확대 선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영업시간 규제로 대형마트의 매출은 21% 줄어든 반면 온라인 상점의 매출은 대폭 증가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시장의 상품거래액은 지난 2014년 45조3000억원에서 2015년 54조600억원으로 증가한 뒤 지난해엔 65조6200억원까지 늘었다. 대형마트의 매출 하락을 감수하는 전제하에 자영업자들과 '상생'을 외쳤지만 온라인 시장만 키우는 주객이 전도된 정책 아래 '상생'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최근 사드 리스크와 면세업계 경쟁 심화로 위기에 빠진 면세업계를 둘러싼 규제도 또 다른 논란거리다. 일부 대선주자들은 면세점도 대형마트처럼 영업시간과 영업일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에 대형마트에 한해 제한됐던 영업시간을 면세점으로 그 제한의 범위를 넓히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대형마트의 경우 신선식품군이 많아 영업시간 규제 명분이 있지만 골목상권과 겹치는 품목이 거의 없는 면세점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최근 사드 보복조치로 인한 외국인관광객 감소와 시내면세점 출점 경쟁 심화 등 대내외적으로 경영악화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의무휴업일까지 들이대면 심각한 타격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2009년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성장으로 촉발된 대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 간의 갈등은 이제 업종과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통산업의 발전도 고민해야 하고 빠른 시간에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영세자영업자들의 생존도 염두에 둬야 할 정부는 갈등의 소지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 사회구성원 다수가 인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다.
 
즉흥적 땜질식 처방은 더 많은 혼란을 야기시킬 뿐이다. 자칫 잘못하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이념적 갈등과 편가르기로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사회구성원 간 집단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시장경제'와 '상생'의 대 전제 아래서 헛점 없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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