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 'TV토론' 따라 지지율 '출렁'…최대 피해자는 안철수
갑철수·MB아바타 발언 이후 지지율 급락…홍, 막말로 보수결집 성공…심상정·유승민 '호평'
2017-05-03 16:23:25 2017-05-03 16:30:44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1960년 미국의 대선후보였던 민주당의 존 F. 케네디는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을 상대로 모두 4차례 열린 TV토론을 통해 박빙의 승부를 뒤집는 결과를 냈다. TV토론 전까지 여론조사에서 닉슨이 소폭 앞서갔으나 토론이 끝난 뒤 당선자는 케네디였다. 당시 TV라는 신생 매체가 지닌 폭발성을 간파한 케네디에게 닉슨이 말려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선을 맞아 TV토론에 이른바 ‘스탠딩 토론’ 등을 도입했고, 5차례에 걸친 TV토론에 따라 각 후보의 지지율이 출렁거리며 화제도 만발했다. 유권자의 시선을 휘어잡은 ‘어록들’이 쏟아진 가운데 일부 후보는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지지율에 큰 타격을 입었고, 또 다른 후보들은 토론으로 지지율이 상승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보기도 했다.
 
TV토론으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후보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꼽힌다. 특히 3차 토론에서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 제가 갑철수입니까”라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따진 것이 안 후보에게 있어서 결정적인 패착이 됐다는 평가다. 당초 문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방을 지적하려는 취지였지만 본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갑철수’, ‘MB 아바타’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만들며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가 가파르게 이어지는 등 부정적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당내에서는 ‘TV토론 전담팀’에 대한 질책이 쏟아졌고, 4차 토론부터 전략을 대폭 수정하는 등 변화를 모색했지만 3차 토론에서 나온 발언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대위 관계자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3차 토론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얘기도 한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대체로 이와 비슷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3일 “토론에서 가장 기대가 컸던 안 후보가 오히려 주도를 못하고 수세에 몰렸다”며 “사실 이번 토론에서 판세를 뒤엎어야 됐던 것이 안 후보인데 오히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그런 기회를 넘겨줘 버렸다”고 평가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도 “안 후보가 3차 토론 이후 대부분의 조사기관 추세에서 수치가 상당히 급락한 경향이 있다”며 “SNS에 언급되는 내용을 보면 상당수의 지지층들이 실망했다는 내용들이 다수였다”고 지적했다.
 
막말 논란으로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린 홍준표 후보는 토론에서 오히려 자신의 발언에 덫에 걸린 신세가 됐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설거지는 하늘이 정해준 여성의 몫”이라고 했던 홍 후보는 2차 토론에서 다른 후보들로부터 거센 비판 끝에 결국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3차 토론에서는 자신의 자서전에 기술했던 ‘돼지흥분제 사건’으로 다른 후보들로부터 사퇴 압박과 함께 질문조차 받지 못하는 ‘공개 무시’를 당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막말에 가까운 발언으로 다른 후보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동시에 보수 결집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좌우 모두 세탁기에 돌려야 한다’, ‘강성귀족노조가 경제위기 주범이다’ 등 보수층의 입맛에 맞는 초강성 발언을 쏟아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선거운동 기간 초반 한 자릿수에 머무르던 홍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에 근접하거나, 이미 넘어선 결과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선두주자의 위치 때문에 다른 후보들로부터 질문과 공격이 집중됐다. 이른바 ‘문재인 청문회’로 비칠 만큼 1대4 대결구도 속에 협공에 처했지만 지지율상으로 1강 독주 체제를 유지하는데 성공하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토론 과정에서 “이보세요”, “정책본부장에게 물어보시라”는 등의 발언은 고압적 자세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문 후보는 또 ‘동성애 반대’ 발언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 호평을 받은 후보로 꼽힌다. 유 후보는 TV토론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지지율은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마지막 토론에서 “힘들고 외롭지만 실망하지 않고 개혁보수의 길을 계속 가겠다”고 밝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는 평가다. 심 후보는 토론에서 각종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으며 5% 안팎을 보이던 여론조사상 지지율이 최근 8~10%로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TV토론은 특정 후보 지지성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뿐 판세 자체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었지만 이번 TV토론은 유권자가 지지후보를 결정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아무래도 캠페인 기간이 짧다 보니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정보를 얻어야 됐다”면서 “TV토론이 압축적인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시청률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고, 홍형식 소장은 “이번 대선이 5자구도가 되면서 토론을 통해 각 후보들의 이념에 대한 변별력이 명확히 생기게 됐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발언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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