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 기자] 스마트폰의 편리함은 배터리의 불편을 동반했다. 각종 앱 실행으로 스마트폰이 채 하루를 버티질 못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트렌드모니터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 10명 가운데 8명은 배터리가 부족하다고 느꼈으며, 방전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용자도 전체의 62%나 됐다. 기술의 발달로 배터리 용량도 계속 커져왔지만, 소비자들의 이용 시간과 전력 소모량도 함께 늘면서 배터리 부족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 삼성전자는 이에 착안, 배터리 용량을 늘리려다 발화사고로 갤럭시노트7을 단종해야 했다. 때문에 가방에 충전기나 보조배터리를 지참해야 하는 불편도 여전하다. KT는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네트워크 측면에서 접근했다. 스마트폰의 네트워크 접속 시간을 최소화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C-DRX'를 지난달 1일부터 전국망에 적용했다. C-DRX 도입 과정을 이끈 김영식 KT 네트워크연구기술지원 단장에게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C-DRX의 배터리 절감 원리는.
스마트폰의 배터리 용량을 물리적으로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논란이 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도 배터리 크기는 줄이면서 무리하게 용량을 늘리려다 발생한 실수라고 생각한다.
C-DRX(Connected mode Discontinuous Reception)는 스마트폰이 통신망과 통신할 때 주기적으로 저전력 모드로 전환시켜 배터리 사용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네트워크 기술이다.
기존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데이터 이용 중에 스마트폰 모뎀과 통신사 기지국 간 통신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져 배터리 소모량도 많았다. 하지만 C-DRX 도입 이후에는, 가령 이용자가 실시간 스트리밍 동영상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지국과의 지속적인 통신이 아닌 최적으로 줄여진 주기로 데이터를 수신하기 때문에 서비스는 끊김 없이 이용하면서도 배터리 이용량은 줄어든다.
이는 고급 세단에 적용된 ISG(Idle Stop&Go)과 유사한 방식이다. 차량 정차시 불필요한 엔진 구동을 멈춰 연료 소모를 줄이는 것처럼, 스마트폰에서 실제 송수신하는 데이터가 없을 때 네트워크 접속을 최소화해 배터리를 절감하는 방식이다.
김영식 KT 네트워크연구기술지원 단장이 스마트폰 배터리 절감 기술인 'C-DRX'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KT
KT의 C-DRX 도입 이유는.
그간 통신사들이 속도 중심의 기술 경쟁을 펼쳐왔던 것에 비해, KT는 실제로 고객이 체감하고 효용을 느낄 수 있는 기술 개발을 고민해왔다. 배터리 소모 절감기술은 사용자 중심의 기술이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사실 통신사별 데이터 송수신 속도에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반면 스마트폰 충전을 위해 보조배터리를 들고 다니거나, 카페에서 콘센트 옆에 많은 이들이 몰리는 일은 흔하다. C-DRX 도입은 바로 이 같은 모습에서 착안했다. 고객들이 체감할 수 없는 통신망 속도보다, 고객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상당수가 갖고 있는 배터리에 대한 필요를 KT가 이번에 국내 최초로 롱텀에볼루션(LTE) 전국망에 적용한 배터리 절감기술이 충족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도입이 늦어진 이유는.
C-DRX는 ‘이동통신 표준화 기술협력기구’(3GPP)에서 제정한 표준기술로, 이미 많은 해외 통신사들이 적용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나 한국통신학회 등이 발행하는 저명 학술지에도 C-DRX를 통한 배터리 절감 효과 논문이 다수 게재됐다. 미국, 일본은 물론 유럽에서도 C-DRX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C-DRX를 단순히 통신망에 적용하면 음성 통화와 데이터 송수신 등의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통신 서비스 품질에 대한 눈높이가 높은 국내 여건상, 단순히 배터리 사용시간 증가를 위해 C-DRX를 무작정 도입할 수는 없었다. KT가 처음 C-DRX 기술 적용을 가정하고 시험 가동한 결과, 데이터 손실율이 우리나라 평균인 0.06%를 훌쩍 뛰어넘는 0.14%에 달했다. 그대로 적용하면 통신 서비스에 대한 고객 불만이 크게 증가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시간은 2년이었다. 지속적인 연구와 실험으로 이용자들이 최상의 무선 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 동시에 배터리 절감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네트워크 최적화에 성공했다.
도입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C-DRX 도입을 위해 총 114종의 휴대폰 단말기를 대상으로 적용 테스트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단말기 재시작 현상, 데이터 전송지연 현상, 데이터 손실율 증가 등 6가지의 큰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제조사와의 협력이 필수였다. 네트워크뿐 아니라 휴대폰 단말기도 C-DRX에 맞춰 소프트웨어 수정이 필요했다. 이러한 사전 테스트를 거치지 않을 경우 단말 재시작, 핸드오버(기지국간 통신 연결) 실패 등의 치명적인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밖에 최적의 파라미터 값을 도출하기 위한 73회의 테스트, 야간 필드 테스트 35회 등 모든 LTE 단말기에 아무 문제없이 C-DRX를 적용하는데 총 3240시간이 걸렸다. 이를 통해 KT의 LTE 가입자이라면 별도의 단말기 업그레이드 과정 없이도 누구나 배터리 사용시간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가장 컸던 어려움은 고객의 이용이 한적한 새벽시간에 필드 테스트를 하는 것이었다. 새벽에 고객의 접속량이 현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테스트를 하기에는 최적의 타이밍이었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남들 자는 시간에 깨어나 일을 하니 힘든 시간이었다.
실제 배터리 이용시간은 얼마나 늘어나나.
배터리가 절감되는 정도는 스마트폰 모델, 배터리 열화 수준, 무선환경, 설치된 앱 수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하지만 동일조건에서는 그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정보통신기술(ICT) 표준화 및 시험인증단체인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8 모델로 C-DRX의 배터리 절감 효과를 테스트한 결과, 이용시간이 최대 4시간27분(45%)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 서비스를 이용해 테스트한 결과 C-DRX를 적용하지 않은 갤럭시S8의 경우 최소 9시간57분, 최대 10시간36분 지속된 반면 C-DRX를 적용한 갤럭시S8는 최대 14시간24분간 지속됐다.
특히 유튜브와 같은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배터리 절감 효과가 크게 나타났으며 일반적인 웹서핑, 게임,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사용시에도 배터리 절감 효과가 분명했다. 기본적인 스마트폰 환경에서는 배터리 사용시간이 약 2시간 정도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C-DRX 도입은 KT가 국내 최초인가
C-DRX는 국제 표준 기술이며, KT가 특허를 가진 것은 아니다. 다만 가지고 있는 기술을 실제 적용하는 여부가 중요하다. C-DRX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적용과정에서 통신 서비스 저하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최적화가 관건이다. KT는 국내 최초로 전국망, 모든 LTE 단말에 적용될 수 있도록 지난 2년간 연구개발을 해왔고 그 결과 KT의 LTE 가입 고객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배터리 절감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
KT를 시작으로 다른 통신사들도 C-DRX의 최적의 파라미터 값을 찾고 있으며 모든 단말 최적화를 위해 업데이트 하는 등 C-DRX 적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기술 경쟁의 선순환이라고 본다. 궁극적으로 모든 고객들이 기술의 효용을 누리게 돼 좋은 일이다.
KT는 지난달 15일 C-DRX를 알리는 TV 광고를 시작했으며 이달 25일까지 전국 30여개 지역에서 배터리 절감 기술을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고객이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C-DRX가 적용된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의 전력 사용량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고객들의 체감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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