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봄 소풍 마냥, 청량하고 아름다웠다.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때론 누워 한없이 게으를 수 있었다. 주변 곳곳에서 펼쳐지는 행사를 통해 아티스트와 관객 서로가 소통하고 교감하기도 했다. 그렇게 ‘뷰티풀민트라이프페스티벌 2017(뷰민라)’은 어느 해보다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 위치한 '민트브릿지' 무대 전경. 사진/권익도 기자
‘뷰민라’는 국내 공연기획사 민트페이퍼의 주최로 매년 봄 시즌에 맞춰 열린다. 8회째를 맞은 올해는 13~14일 양일 간 서울 올림픽 공원 일대에서 진행됐다.
뷰민라의 강점이라면 명확한 페스티벌 정체성이다. 야외무대든, 실내공연장이든, 곳곳의 축제부스든 봄날의 피크닉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라인업도 그러한 콘셉트에 맞춰 ‘봄을 닮은’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다. 평소 헤비한 음악을 연주하는 팀들이더라도 이 날 만큼은 어쿠스틱 버전의 감성적인 음악들을 들려준다. 그래서 평소 볼 수 없는 특별한 무대들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유명 아티스트들의 라인업에 의존하는 여타 축제들과는 전적으로 차별화되는 점이다.
다만 정체성이 명확한 만큼 날씨는 리스크다. 강풍이 풀거나 폭우가 쏟아지면 주최 측이 그렸던 그림이 온전히 틀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폭우로 인한 안전 문제로 공연시간이 단축됐고 주최 측은 한 달 후 보상 공연을 실시해야 했다. 올해는 첫째 날인 13일 오후 잠깐 소나기가 내렸지만 대체로 날이 맑아 공연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올해 뷰민라는 민트브릿지와 러빙포레스트가든, 카페블로썸하우스 총 세 개의 스테이지에서 진행됐다. 민트브릿지는 규모가 가장 컸던 메인 무대로 공원 내 88잔디마당에 위치했다. 잔디에 돗자리를 펼치고 누워 공연을 감상하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무대 앞에서 음악을 들으며 호응해주는 이들도 있었다. 부스에서 파는 음식이나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봄의 정취 그 자체를 느끼려는 관객들도 많았다.
88호수 수변무대에 꾸며진 '러빙포레스트가든'에서 랄라 스윗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권익도 기자
서브 무대들은 메인무대에 버금갈 정도로 알차게 꾸며졌다. 러빙포레스트가든(88호수 수변무대 위치)은 호수를 배경으로 계단에 앉아서, 카페블로섬하우스(우리금융아트홀 위치)는 실내 공간에서 편하게 앉거나 서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대체로 10~20분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공연이 진행돼 시간 계산만 잘 해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 원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라인업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봄 느낌을 음표에 실은 뮤지션들이 많았다. 첫째 날은 멜로망스의 개막 무대를 시작으로 어반자카파와 정준일, 빌리어코스티, 커피소년, 샘김, 참깨와 솜사탕 등이 공연을 펼쳤다.
둘째 날인 14일에는 안녕하신가영의 개막 무대 이후 칵스, 몽니, 짙은, 안녕바다, 솔루션스, 랄라스윗, 옥상달빛, 신현희와 김루트, 페퍼톤스 등의 무대가 이어졌다.
우리금융아트홀에 꾸며진 '카페블로섬하우스' 무대에서 펼쳐지는 안녕바다 공연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권익도 기자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민트브릿지 무대 주변에 설치된 민트문화체육센터에선 밴드 몽니의 멤버들과 관객들이 함께 음악에 맞춰 포크댄스를 추는 ‘추억의 포크댄스’, 칵스와 솔루션스 멤버들과 관객들이 함께하는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 등이 열렸다.
잔디마당 한 켠에서는 ‘레이지애프터눈’이라는 이름의 작은 버스킹 무대가, 우리금융아트홀에선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 ‘나이스 투 미츄’가 진행됐다. 이외에 아티스트가 강사나 심사위원으로 관람객과 함께하는 사생대회, 백일장 등도 함께 열렸다. 단순히 음악을 넘어 연인과 가족, 친구들끼리 해맑게 봄날의 축제를 만끽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민트브릿지' 옆에 설치된 '민트문화체육센터'에서 칵스와 솔루션스 멤버들의 사회로 열린 '맥주빨리마시기' 대회에 참가한 관람객들. 사진/권익도 기자
매해 8번이나 행사를 꾸준히 개최해 온 만큼 주최 측의 운영 노하우도 돋보였다. ‘리사이클링’이란 표시가 달린 부스 곳곳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관객들의 쓰레기 분리수거를 돕는 모습들이 공연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아티스트들은 모두 자기 차례의 시간을 정확히 지켜 다음에 무대에 서게 될 이들을 배려했고 마지막 팀도 민원을 염려해 앵콜을 오래하지 않고 깔끔하게 끝냈다. 안전요원들은 페스티벌 동선 곳곳에 배치돼 혹시 모를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만전을 기했고 자원봉사자들은 관객들이 가는 길에 서서 “안녕히 가세요”라며 배웅했다. 배려와 존중이 끝까지 함께 흐르던,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봄 축제였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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