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른바 '돈 봉투 만찬'으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감찰이 착수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검찰 개혁의 행보도 시동을 걸 전망이다. 특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과 함께 제시했던 법무부의 탈검찰화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영렬 지검장과 안태근 국장 간에 소위 돈 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도록 법무부와 검찰청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본부는 총 22명에 이르는 인력을 투입해 합동감찰반을 구성하고, 역할을 분담해 진상을 파악한 후 관련 조처를 할 방침이다.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에서 행정부에 대한 검사파견제도를 전면 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던 문 대통령은 이번 19대에서도 선거운동 기간 검찰 인사의 중립성·독립성 강화를 위해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추진하고,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억제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제시하면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은 17일 논평을 내고 "이번 사건은 그동안 만연해 왔던 검찰 자정 기능의 상실, 법무부와 검찰의 인적 중복 구성으로 발생한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 마비, 그에 대한 윤리의식 부재 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정부는 조속히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현재 법무부 직책 65개의 보직 중 검사만 맡을 수 있는 직책이 22개에 달하고, 추가로 11개의 보직도 검사가 맡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검찰청에 대한 상급기관인 법무부에 하급기관인 검찰청의 검사가 다수 포진해 있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들은 순환보직제를 통해 1년~2년 근무하다가 다시 검찰로 돌아가고 있어 이로 인한 폐단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에 파견 나간 검사는 검찰청에 대한 상급기관인 법무부의 관료로서가 아니라 검찰청에서의 선·후배 관계 등 서열에 따라 스스로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에 법무부의 검사는 검찰 수사에 직접 개입하거나 부당한 간섭과 영향력 행사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고, 검찰의 비리나 권한 남용이 발생했을 때도 제 식구 감싸기로 감독 또는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 중심의 법무행정이 이뤄지는 탓에 인권, 범죄 예방, 출입국, 외국인, 교정, 보호관찰 등 각종 법무행정 분야에 대한 역량이 집중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현재 법무행정의 전문성 상실의 원인이자 결과로서 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며 "검사의 법무부 파견이 마치 파견검사의 고위직 보장 혹은 경력관리 차원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법무부의 전문성 축적의 방해요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500여명의 변호사가 법무행정을 담당해 전문성을 제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검사나 검찰직 공무원이 아니라 변호사 자격이 있으면서 홍보, 경영, 행정, 정책 등 다양한 전문가를 법무행정 관료로서 기용할 필요성이 있다"며 "또한 그 수장인 법무부 장관도 비검찰출신으로 기용해 검찰에 대한 관리·감독기관으로서의 기강을 세우고,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부당한 간섭도 근절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이 지검장을 비롯한 국정농단 수사팀 관계자들은 안 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간부들과 함께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저녁 모임을 했다. 하지만 당시 안 국장이 수사팀장들에게 70만~100만원씩의 격려금을 지급했고, 이 지검장이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원씩의 격려금을 지급한 것이 드러났다. 이 격려금은 다음날 반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문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감찰을 지시한 지 하루 만인 18일 오전 이 지검장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합니다. 공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감찰 조사에는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안 국장도 이날 "이번 사건에 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현 상황에서 공직 수행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사의를 표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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