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회식' 이영렬·안태근, 감찰 지시 하루 만에 사의(종합)
"국민께 심려 끼쳐 송구"…검찰 '사면초가'
2017-05-18 10:05:35 2017-05-18 17:09:5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른바 '돈봉투 회식'으로 물의를 빚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18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 사람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이 지검장은 이날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공직에서 물러나겠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감찰 조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안 국장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현 상황에서 공직 수행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사의를 표명하고자 한다. 사의 표명과 무관하게 앞으로 진행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문 대통령은 이 지검장과 안 국장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에 감찰을 지시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의 격려금 출처와 전달 이유, 배경 등이 정확히 조사돼야 한다. 청탁금지법 등 법률 위반이 있었는지도 밝혀야 하고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가 원래 용도에 부합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도 조사돼야 한다"며 이번 감찰 지시 이유를 설명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인 이 지검장을 비롯해 특수본 검사 등 7명과 안 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간부 3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기소된 지 나흘 만인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저녁 모임을 했다. 이 자리에서 안 국장은 특수본 수사팀장들에게 70~100만원의 격려금을 전달했고 이 지검장은 이날 검찰국 간부들에게 100만원의 답례금을 지급했다.
 
안 국장은 지난해 우 전 수석과 1000여 차례 통화를 한 사실이 특검 수사 결과 드러난 인물이다. 특수본의 '우 전 수석 봐주기' 수사 논란이 나온 상황에서 특수본 컨트롤타워가 검찰 내 대표적인 '우병우 사단'의 인물과 술자리를 가지고 금일봉까지 교환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돈 봉투 회식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뒤 "이 지검장이 검찰 후배 격려 차원에서 법무부 각 실·국 모임을 하면서 검찰국 관계자들과도 저녁 모임을 했다"며 "식사 당시 안 국장은 내사 또는 조사 대상도 아니었고, 이 지검장이 안 국장 상급자로서 부적절한 의도가 모임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감한 시기에 부적절하게 처신했다는 비판이 여전히 쏟아졌다.
 
이번 두 사람의 불명예 퇴진은 이미 예고된 문재인 정부의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의 속도를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번 일을 검찰 개혁이 아닌 공직 기강 차원에서 지시했다고 알려졌지만, 김수남 전 검찰총장의 중도 퇴임으로 구심점이 사라진 검찰은 검찰 내 2인자로 불리는 이 지검장까지 잃으며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사의를 표명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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