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4차 산업혁명은 민주주의와 기술적 진보가 동시에 성숙해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국가가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애초부터 4차 산업혁명 자체가 국가가 ‘관치경제’ 식으로 주도해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박기영 순천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최근 펴낸 책 ‘제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경쟁력(한울아카데미)’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4차산업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직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명의로 쓴 이 책의 추천사에서 "공정한 사회,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걸음이 기술 진보와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기술 발달에 따른 편리와 이익이 국민 모두의 혜택으로 돌아가는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려면 사회 모든 분야가 함께 혁신해야 하고, 그 혁신의 에너지는 공정에서 나옵니다. 국가는 기업과 연구자들이 자율과 공정, 혁신과 상생의 기치 아래 자신들의 꿈과 역량을 마음껏 펼쳐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박 교수 역시 문 대통령의 논지와 일관되게 책의 흐름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역대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을 두루 살피며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책 수준이 산업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관 주도의 기획 성장과 정경유착으로 인한 부패, 선진국에서 중구난방으로 도입한 백화점식 성장 정책의 모방 등으로 실질적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관제탑 역할을 하는 컨트롤 타워보다는 국가의 재원으로 어떻게 혁신을 이끌어 낼지 고민해야 한다”며 “개별적인 주체들의 경쟁력과 혁신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최근 포용적 성장으로 논의를 옮겨가는 유럽의 경제발전 전략 ‘유럽 2020’을 근거로 들며 우리 역시 과학기술에 대한 접근과 결과의 분배가 평등한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한 주장을 큰 줄기 삼아 책의 1부에서는 역대 대통령의 정책을 비교하며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성장 동력이 약해진 원인을 분석하고 2부에서는 전 세계의 4차산업 동향을 짚으며 한국 과학기술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논의한다. 3부와 4부에서는 각각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고용의 문제, 과학기술 경쟁력 상태를 분석하고 있다.
책에는 문 대통령 외에 안희정 충남지사의 추천사도 수록됐다. 안 지사는 추천사에서 “백화점식 정책과 수십조원의 정부 R&D(연구개발) 투자로 양산되는 '장롱특허'를 갖고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수 없다”며 박 교수의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이어 “참여정부 시절 과학기술 정책에 참여했던 (박 교수의) 경험을 통해 ‘사람을 향한’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을 알 수 있다”며 “창의와 혁신은 자율과 존중에서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은 구시대와의 완전한 작별 이후에 시대와 국민 모두의 역량이 높아질 때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냈다. 현재 순천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공동대표 및 정책위원장, ICT 소비자정책연구원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경쟁력'. 사진제공=한울아카데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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