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교사들이 재판부에 무죄 판결을 촉구했다.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공판이 열린 22일 오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의 시국선언과 집회는 이 땅의 교사로서 할 일을 다 한 것”이라며 “국민 누구에게나 보장된 표현할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무죄를 주장했다.
지난 2014년 세월호참사 발생 한 달 후인 5월15일 김정훈 전교조 전 위원장 등 전국에 교사 1만5853명은 ‘세월호 참극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선언’을 발표했다. 이어 같은해 7월2일에는 교사 1만2244명이 참여하는 세월호 참사 2차 교사선언을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현장 교사들은 2014년 5월 13·28일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교사선언을 게시했고, 6월12일 신문을 통해 대국민호소 광고를 냈다.
이에 교육부와 일부 보수단체들 전교조 집행부와 교사들을 형사 고발했고, 2016년 8월 26일 1심 재판부는 전교조 중앙집행부 26명과 청와대 게시판 선언 참여자 중 6명 등 총 32명에 대해 벌금형 100만~4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전교조와 검찰은 쌍방 항소했고, 이날 서울고등법원에서는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책임을 물었던 교사 240여명은 여전히 재판에 불려 다니거나 교육청의 징계 절차를 앞두고 있다. 김정훈 전교조 전 위원장은 “2014년 4월16일 이후 이 땅의 교사들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며 “당시 교사들이 시국선언을 한 것은 (교사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교조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업무일지를 들여다보면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얼마나 집요하게 챙겼는지 알 수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업무일지에는 2014년 6월15일부터 2014년 12월1일까지 170일 중 전교조 관련 기록이 무려 43일에 걸쳐 등장한다”며 “청와대가 당시 4일에 하루 꼴로 전교조 동향을 점검하고 탄압을 논의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교조 활동에 대한 탄압이 극에 달했던 2014년 당시에는 청와대가 전교조의 주말활동까지 챙겨가며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교조는 해당 업무일지를 근거로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직권남용죄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한 상태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현장 교사들의 시국선언을 게시한 이민숙씨는 당시 교사들의 분노는 그야말로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교사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는 않는 현실과 추모조차 금지하는 정부 지시에 분노했다”며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했고, 그 고민의 산물이 청와대 게시판을 통한 시국선언과 기자회견, 집회 등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나라위원회가 공개한 ‘신정부의 국정환경과 국정운영 방향’ 보고서에는 촛불개혁 10대 과제 중 하나로 새 정부의 교원노조 재합법화 선언이 포함했다.
항소심 공판이 예정된 22일 오후 1시30분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014년 세월호 시국선언·전교조 탄압 항소심 무죄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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