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 기자] 이동통신사들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위반이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단통법 시행 이후 수차례 징계를 받으면서도 동일한 불법행위를 반복했다. 강도 높은 제재를 통해 반복되는 위법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방송통신위원회부터 단독 입수한 ‘이통3사 방통위 소관법령 위반 현황’ 자료에 따르면, 단통법이 만들어진 지난 2014년 10월부터 올해 1분기까지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단통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는 모두 9번이었다. 징계 사유로는 이동통신 가입자 쟁탈을 위한 불법 보조금 살포가 5번으로 가장 많았다. 단말기 지원금 대신 20% 요금할인을 선택한 가입자에 대한 차별과 방통위 조사 방해 사례도 있었다.
회사별로는 LG유플러스의 위반 사례가 가장 많았다. 단통법 위반으로 인한 방통위 징계 9번 가운데 8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여 동안 5차례나 단독으로 징계를 받았다. 이 기간 지불한 과징금은 66억원에 달하며, 10일간 신규 가입자 모집 금지 처분을 받았다.
LG유플러스가 방통위 징계를 많이 받은 것은 그만큼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다는 의미다. 2015년 방통위 국정감사에서는 LG유플러스의 무리한 다단계 영업이 논란이 됐다. 다단계 영업 논란은 지난해까지 이어져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정무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했다. LG유플러스는 이통 3사 가운데 다단계 판매 비중이 가장 높다.
SK텔레콤은 단통법 위반 횟수가 많지 않았지만 가장 많은 과징금을 냈다. 2015년 3월26일 이른바 '아이폰6 대란'이 발생하자 불법 지원금을 무차별적으로 뿌려 주도적으로 시장을 과열시켰다는 혐의가 인정돼 23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신규 가입자 모집도 7일간 정지됐다. SK텔레콤은 당시 방통위 조사를 피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고의로 폐기해 논란을 자처했다.
LG유플러스가 낸 과징금은 총 99억4000만원이었다. 지난해 7월에는 방통위 조사 방해 혐의로 임직원 3명에게 각각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KT의 단통법 위반 과징금은 20억3100만원으로 이통 3사 가운데 가장 적었다.
한 이동통신 판매대리점. 사진/뉴시스
단통법은 2014년 10월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부담과 가계 통신비를 덜자는 취지로 시행됐다. 당시 조해진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했다. 하지만 이통사들의 마케팅비용만 큰 폭으로 감소, 이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반면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매 부담을 줄이지는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근절하겠다던 불법 보조금도 때마다 기승을 부리면서 폐지 요구에 처했다. 무엇보다 실질적 수혜자였던 이통사들이 단통법 위반에 앞장서면서 법 제정의 취지를 훼손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이통사들이 불법 보조금으로 가입자 쟁탈전을 벌이지 않았다면 단통법 취지가 훼손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소비자를 보호하고 통신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단통법 개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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