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청년정책…"새로운 접근법 필요한 때"
청년·정책 담당자 등 300여명 청년정책 방향성 모색
2017-06-11 16:58:31 2017-06-11 17:40:08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청년실업률이 날이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에서 이제는 청년정책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통령 1호 업무지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하는 등 일자리창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실제로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은 11.2%로 역대 최악을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 서울시청에서는 청년정책 수요자인 청년 당사자를 비롯해 서울시 청년정책 담당자,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새로운 청년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예상보다 많은 인원인 300여명이 참석해 급히 토론회 장소를 변경해야 할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다.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일자리 해법에 있어 기존의 문제해결 방식이 더는 통하기 힘들 거라고 경고했다. 전 기획관은 그동안 서울시 청년수당과 은평구 혁신파크 등 다양한 청년정책을 추진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전 기획관은 "지금의 시대 흐름을 보는 시각이나 관점을 통하지 않고, 청년정책을 바라본다면 단편적 정책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 방식인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준다 하더라도 누가 가르쳐 줄 것인지, 기존에 잡는 방식은 유효한지 등에 대한 기본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기획관은 전 정부가 청년일자리 해법 중 하나로 추진한 창업정책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 기획관은 "실업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창업은 굉장히 취약하다"며 "창업에 성공하더라도 일자리가 늘어날지 줄어들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년들이 마주한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전 기획관은 새로운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 기획관은 "청년문제는 다면적이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단순한 일자리 문제가 아닌 주거·복지·자존감 향상 등 복합적 정책 구성으로 가고, 정책에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청년정책에 대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현재 다양한 청년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단순 고용창출에만 머물고, 애당초 청년실업률에 대한 독립적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년정책의 효과도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정부가 예산을 집행한 일자리 창출 성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공공부분에 제한된다"며 "민간부분은 엄밀히 말해 평가가 힘들고, 청년실업 지표 자체도 원인과 결과, 책임성을 분명히 진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고용창출 대책은 반드시 부작용을 수반한다며 이 같은 상황은 일종의 '풍선효과'라고 비유했다. 
 
김 위원장은 근본적 문제 해결방법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청년기본법'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지방정부 수준에서 진행되는 실험적인 청년정책이 힘을 가지려면 이미 제정된 지자체의 별도 법규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실험들이 더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기본법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청년정책의 체계 마련을 위한 '청년기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황이다.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박 의원은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12개 광역자치단체와 청년단체 52곳이 참여해 지역 청년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오윤덕 전주 청년들 연구팀장은 "지역사회에서 청년의 요구가 정책이나 제도로 실현되는 경우는 전무하다"며 "청년정책의 내용을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채울 건지에 대해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다양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김동빈씨는 "청년들이 어떤 시도나 도전을 할 수 있는 정책이 펼쳐졌으면 좋겠고, 단순 지원사업이 아닌 인건비 등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역 청년들을 격려하며 서울시 차원의 적극적인 청년지원정책을 약속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부터 지역에 청년들을 많이 만나왔다"며 "청년들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모습을 보며 제대로 된 공간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가 그런 기회와 환경을 뒤에서 지원하고 말없이 사라져주는 원칙을 실현한다면 청년들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시에 와서 하고 싶은 얘기 다 하고, 안되면 '박 시장 물러나라'고 대모라도 하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청년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청년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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