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올 들어 잇달아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수입처 다변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다. 하지만 운송비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느껴지는 통상 압력은 불편함으로 작용 중이다.
6일 국가에너지통계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38.1% 증가한 735만4000배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7.6% 증가한 중동산 원유에 비해 눈에 띄는 수치다.
미국산 원유 수입량 증가는 트럼트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생산단가를 크게 낮춘 셰일오일 생산량을 올 들어 전년 대비 두배 가량 늘린 데 기인했다. 연말쯤엔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유사한 수준으로 전망될 정도다.
가격 경쟁력 역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7월 5일 기준 배럴당 46.6달러로 45.01달러의 두바이유 보다 비쌌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8월 첫 역전 이후, 12월부터 낮은 평균 가격대를 유지 중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 WTI와 두바이유 가격 역시 각각 배럴당 45.13달러, 46.5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산 원유 가격 경쟁력 상승에도 부담스러운 운송비에 셈법이 복잡해진 정유업계가 한미관계에 따른 은근한 통상 압박을 느끼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케네디 인근의 석유 시추탑. 사진/AP뉴시스
이같은 미국산 원유 경쟁력 향상에도 업계 셈법은 복잡하다. 원유만 놓고 봤을 때는 WTI가 높은 경쟁력을 유지 중이지만, 운송 비용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남미를 경유해 수입되는 미국산 원유의 배송 비용이 중동산 원유 대비 3배 가량 높다. 소요 기간 역시 중동산은 20여일, 미국산은 45여일로 상이해 정확한 원가 계산을 위해선 수입 규모 등에 대한 복합적 요소들이 고려돼야 한다.
문제는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중동 산유국과 통상 마찰을 겪고 있는 미국과 최근 굳건한 동맹 관계를 재확인한 한국 정부로 인한 업계의 부담은 크다. 직접적 압박은 없지만 정부 외교 방향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업계 입장에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현재 국제유가 시장에서 미국산 원유 경쟁력이 한층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았던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최근 정부가 한미관계 유지에 들이는 공을 고려하면 업계 셈법 역시 손익 측면만을 놓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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