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근간 흔들려"…'법관 블랙리스트' 국정조사 요구
2017-07-06 15:33:48 2017-07-06 18:22:52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6일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전공노 법원본부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민주적인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법관 블랙리스트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공노는 "법관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은 법원과 법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법관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관리는 사법부 독립의 요체인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위로써 사법부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또한 대법원의 조직적인 사찰로 인해 법관의 독립이 침해됐다면 이는 곧 공정한 판결을 받을 국민의 권리 역시 광범위하게 침해됐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월 법원행정처가 사법개혁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판사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 축소를 지시했고, 이를 거부한 판사에게 부당하게 인사 조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조사한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이규진 당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결론을 내면서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고, 사법행정권에 대해서는 조직적 개입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전국 법원을 대표하는 100인의 판사가 지난달 19일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열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를 위한 권한 위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실무 담당자에 대한 인사 조치 ▲대법원장의 명확한 입장과 문책 계획 표명 ▲법관회의 상설화와 제도화 등 내용의 결의안을 대법에 전달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법관회의 상설화는 수용했지만,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는 거부했다.
 
전공노는 진상조사위 결론에 대해 "의심스러운 컴퓨터 파일이나 이메일에 접근해보지도 못하고 법원행정처에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다. 양 대법원장의 발표에 대해서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며 "사법개혁 논의의 장은 열어줄 테니 지난 일은 그만 잊으라는 것인가"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사법행정권은 대법원장의 권한이어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추가 조사를 거부하면 별다른 조사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재판 중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거론하며 양 대법원장을 비난하기도 했다. 전공노는 "지난 3일 특검은 결심 공판에서 김기춘 7년, 조윤선 6년 등 피고인 7명 전원에게 실형을 구형하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으려 했다'고 질타했다"며 "대법원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최종적으로 심리하는데, 정작 법관 블랙리스트는 덮어두면서 어찌 이를 단죄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와 박주민 의원이 함께 한 ‘법관블랙리스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원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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