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지난해 정부가 고용창출과 국내투자 활성화를 위해 해외로 진출했던 우리 기업중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마련한 '유턴기업' 지원책이 수요기업 부재로 1년째 표류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또 다시 유턴기업에 대한 중장기적 지원을 강조하고 정치권에서도 관련 기업에 대한 지원책 마련을 외치고 있지만 이마저 공허한 울림에 그칠 우려가 높다.
유턴기업 지원 방안은 지난 2006~2007년 이후 중국으로 무작정 진출한 국내기업의 사업철수가 심각해지자 이들 기업을 국내로 유입시켜 고용유발과 투자확대로 연결시키겠다는 정책적 논의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실제 기업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동떨어진 탁상공론(卓上空論)식 정책을 구상했고 사전준비 부족과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실효성 없이 헛심만 쓴 셈이 돼 버렸다.
◇ 시작은 '창대'...끝은 '미약'
정부는 지난해 4월 지식경제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코트라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합동 유턴기업 실태조사단'을 발족하고 실태조사를 통해 하반기 이후 이들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개월에 걸쳐 304개의 해외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유턴기업에 대한 지원수요를 조사한 결과 유턴을 희망한 기업은 8.4%에 불과한 27개 기업에 그쳤다.
이마저도 당초 정부가 예상한 '유턴'기업의 범주가 아닌 단순한 사업청산 기업이 대부분이었고, 국내 복귀후 재투자에 나서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2개에 불과했다.
정부는 유턴 기업의 대상을 국내에 본사가 있거나 해외에 진출한 후 경영상 어려움으로 해외사업을 정리하고 국내에 돌아와 다시 사업을 재개한 기업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수요조사 결과 대부분의 유턴 기업들은 경영악화로 아예 사업을 정리하고 단순히 국내로 철수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실제 정책 수혜의 대상이 되는 기업이 거의 없는 것이다.
설문조사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조사를 해보니 실제수요가 거의 없고 그나마 있는 수요기업들도 정부의 지원대상과 다른 상황이었다"며 "유턴기업의 지원보단 국내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바 있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유턴기업 지원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 유턴기업, 판도라의 상자되나
지난 21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첫 번째 국가고용전략회의 이후 논의 사항을 설명하며 "중장기적으로 유턴기업에 대해 외국인 투자기업에 준하는 수준의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심각해지는 고용악화의 해결책을 유턴기업을 통해 찾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도 이날 비(非)수도권지역으로 돌아오는 유턴기업에 대해 수도권소재 기업의 지방으로 이전할 때 지원하는 수준의 소득세와 법인세공제는 물론 각종 취•등록세를 면제해주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안법 등 3건의 법률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조사에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는 "대상이 되는 대부분의 유턴기업은 중국과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인데 이들 기업이 처음 입주할 당시 해당국가로부터 각종 인센티브 혜택을 제공 받았기 때문에 쉽게 철수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고용창출 기대 때문에 계속 언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대책이 아닐 것"이라며 "무리한 지원정책이 자칫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져 국내투자가 나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 연구소의 관계자도 "해외 진출기업중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복귀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실속없는 정책추진에 매달려 정작 지원이 필요한 기업을 외면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라고 꼬집었다.
뉴스토마토 김세연 기자 ehou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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