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오토바이 1위 불구 손 떼는 이유는
자동차부품 '선택과 집중'·시장 규모 하락에 경쟁사들 위협
2017-07-12 16:18:53 2017-07-12 17:09:03
[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국내 이륜차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대림자동차가 오토바이 사업에서 손을 뗐다. 해외 경쟁브랜드들의 시장 진입과 이륜차 시장 규모의 축소 등의 변화에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한 조치라고 대림자동차측은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주가 40년 동안 공들여 만든 시장점유율 50% 육박하는 1위 사업을 접는 것은 대림산업으로서는 '아픈 손가락'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12일 대림산업(000210)은 전날 계열사인 대림자동차의 이륜차사업부문을 KR모터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매각 대금은 334억원이다. 대림자동차 이륜차사업부문은 대림산업(59%)과 스탠다드차타드 PE(41%)가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PE의 지분도 KR모터스에 매각된다.
 
대림산업 측은 국내 이륜차 산업의 정상화를 위한 자발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번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이륜차 산업이 2009년 이후 연간 10만대 수준의 시장규모로 정체된 데다 업체들 간의 과잉경쟁까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륜차 사업을 더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지금의 대림자동차(대림자동차공업)는 고 이재준 대림그룹 회장이 지난 1982년 기아자동차 계열사로 오토바이를 생산하던 기아기연을 대림공업(1978년 설립)으로 합병하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1990년대 중반 국내 이륜차 시장 규모는 자동차 대체수단의 증가와 유통구조의 변화, 택배산업의 발달 등에 힘입어 30만대를 상회하면서 이 회장의 선택이 옮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승승장구 했다. 대림자동차는 배기량 125cc 이하 배달용 스쿠터를 주력으로 판매했고, 대표 모델로는 시티 시리즈가 있다. 한 때 중국집과 야식집 배달용 오토바이로 통할 정도로 시장을 주름잡았다. 일본 수입모델 보다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품질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이륜차 시장 규모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돼 왔다. 1997년 연간 30만대에서 1998년 14만대로 절반으로 뚝 떨어졌고,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는 9만~10만대 수준을 기록하며 사실상 정체돼 왔다. IMF 이후 경기 침체로 주 소비계층인 자영업자들의 구매력이 약회된 데다 중고차 수요까지 증가하며 내수시장 규모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프리미엄 시장은 BMW와 혼다, 스즈키 등 수입산 이륜차들이 시장을 더 넓혀나가기 시작했고, 시티가 주름잡던 시장은 경쟁사인 KR모터스 등이 바짝 추격하는 가운데 중국산 값산 수입차까지 쏟아지며 위협하기 시작했다. 대당 평균 단가 1500만~2000만원 상당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레저용은 BMW, 할리데이비슨, 혼다 등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 갔다. 최근들어 배달용도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뿐 아니라 기술력이 좋은 대만 업체까지 가세하며 시장 여건은 더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순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대림산업의 당기순이익은 2012년 112억원, 2013년 198억원, 2014년 120억원 등 3년 연속 100억원대를 넘겼다. 하지만 2015년 42억원으로 대폭 줄었고 지난해에는 31억원으로 또다시 감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림산업이 오토바이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은 급속히 움츠러드는 이륜차 시장 상황에 대비하는 선제적 대응"이라면서도 "대림산업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의 이륜차 사업을 접는 것은 아픈 손가락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림산업은 대림자동차 부품사업 회사로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전기차와 모듈화, 경량화 등 최근 자동차 부품 트랜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업분야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고객 다변화를 통해 2025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12일 대림산업은 전날 계열사인 대림자동차의 이륜차사업부문을 KR모터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3년 5월19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코리아 스쿠터 레이스 챔피언십(KSRC)' 대회. 사진/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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