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운기자] 국민은행 노조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면서 노사간 갈등에 따른 내홍을 겪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이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신한은행과 하반기 실적 경합을 벌이는 상황에 따라 노사 관계에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 산하 국민은행 지부는 24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은행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허권 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등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했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사측의 실적 압박에 인한 연장근로 문제와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 개입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근로감독 진행 경과에 따라 추가적인 대응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국민은행 노조측이 주장하는 사안은 개인형퇴직연금(IRP) 사전예약을 시행하면서 사측이 실적을 할당하는 등의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은행 차원에서 프로모션을 하거나 개인별 실적 할당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갈등의 원인은 금융당국이 오는 26일부터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 대상자를 자영업자와 공무원 등도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사측과 노조측의 실적 확대에 대한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이와 함께 노조측은 사측 임원들의 녹취록 파일을 공개하며 노조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사측이 개입해 위원장 선출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측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노조위원장 선거 당시 이오성 경영지원그룹 부행장(현 KB데이터시스템 대표)은 전국 부점장 회의에서 지점장의 선거개입을 지시하고 있다. 또한 김철 HR본부장은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들을 모아 회동을 갖고 당선 무효에 따른 재선 일정과 특정 후보 지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녹취록 내용이 사실일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4항에 따른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측의 지나친 개입에 속한다.
이에 대해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오는 26일 이같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접수할 것"이라며 "사측에 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측은 이날 노조 측의 기자회견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오는 26일 노조측이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진정서가 제출될 경우 이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반기 호실적을 거듭한 시중은행들의 리딩뱅크를 둘러싼 하반기 실적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노사간 내부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노조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면서 노사간 갈등에 따른 내홍을 겪고 있다. 사진은 국민은행 노조가 24일 개최한 기자회견의 모습. 사진/이정운기자
이정운 기자 jw89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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