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승마협회장 부임 이후에도 정유라에게 특별한 의미를 두거나 특별히 지원할 대상으로 여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뒤늦게 최순실씨의 존재를 알게 돼 최씨의 강요로 최씨 딸 정유라씨만 지원하는 것으로 승마지원 성격이 변질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16년 8월 이후 삼성이 최씨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한 데 대해서도 부당하게 (돈을) 뜯긴다고 생각했으나 범죄를 저지른다는 생각에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는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공판을 열고 전날 오후에 이어 이날 오후 2시 30분까지 박 전 사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박 전 사장은 피고인신문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혐의와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은 그간의 재판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박 전 사장은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에 좋지 않은 얘기를 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지원에 나섰다고도 밝혔다. 그는 재판부가 "대통령의 영향력을 인식해 지원한 것이 맞나"라고 묻자 "대통령의 공적인 요청은 사회 공헌 차원에서 (승마협회) 회장사로 무리 없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최씨의 요청은 선발 절차의 공정성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딸을 끼워달라는 것이었는데도 나중에 해코지 당하는 위험이 크다고 생각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사장에 이어 피고인 신문을 받은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도 최씨 측의 강요로 정씨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장 전 차장은 "최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든지 비방하고 해코지할 것 같은 우려가 있었다"며 지원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는 또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단독면담 전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으로부터 특별히 준비할 게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청와대 측의 사전 요구사항이 없었다는 취지의 증언도 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에 "비슷한 시기에 단독 면담했던 다른 기업들은 단독 면담 당시 그룹 총수에게 독대 시 말씀할 참고자료를 만들어줬다고 얘기한다. 삼성도 그랬을 것 같다"고 반박하자 장 전 차장은 "이 부회장에게 자료를 준 적이 없다. 특별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안 전 수석이 대통령 단독 면담 일정을 조율하면서 면담의 주된 내용이 삼성그룹 현안과 애로사항이 될 것이라며 준비해오라고 했다는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이다. 롯데, SK 등 대기업 총수들도 법정에 나와 대통령 단독면담 준비를 위한 말씀자료를 준비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전날 진행된 박 전 사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날 오후까지 이어지고, 장 전 차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라 마지막 순서인 이 부회장의 피고인 신문은 2일 재판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 등 그룹 현안을 부탁하는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영재센터와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에 298여억원에 달하는 돈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과 특검은 이 금액 모두를 뇌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박 대통령과 세 번 독대한 당시 상황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당시 독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발언이 부정한 청탁과 대가 요구에 대한 합의의 주요 판단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정씨에 대한 지원 대가로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원은 청와대 강요에 의한 것으로 이 부회장은 관여한 적도 없고,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 것으로 보인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이 1일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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