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혜승기자] 지난해 2월4일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증권사와 은행간 고객 월급통장을 겨냥한 한바탕 격돌이 시작됐다. 1년이 흐른 지금, 증권사 CMA의 성적표는 어떤 모습일까?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월1일 기준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계좌수는 1016만5467개, 계좌잔액은 37조2179억4200 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계좌수와 계좌잔액이 각각 810만2236개와 34조4157억3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계좌는 24.46% 늘었지만 계좌잔액은 8.14% 증가한 것에 불과했다.
2008년 대비 2009년 계좌수가 55.82% 증가하고 계좌잔액이 30.45% 확대된 것과 비교하면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오히려 성적이 나빠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증권계좌로의 '머니무브'는 없었던 셈인데, 무엇보다도 아직은 수익성과 편의성 면에서 모두 은행을 따라 잡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란 분석이다.
CMA가 결제 등 기능면에서 상대적으로 완벽하지 않아 주계좌로 이용되지 않고 있으며 월급 통장 자동연계는 아직까지 일부 대기업 위주로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급결제가 허용 되면서 증권사 CMA의 편의성이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은행과 비교하면 아직도 갈길이 멀다"며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숫자와 대비하면 증권사 CMA의 입출금은 여전히 불편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증권사 CMA는 지난 2007~2008년 은행 수시입출금 이자율이 1%가 안되는 상황에서 하루를 맡겨도 4% 적용을 보장했을때 빠른 성장을 한 것"이라며 "최근 증권사 CMA가 2.5% 수익을 강조하고 있어 은행의 예금 특판에 밀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증시 역시 변동폭이 확대되자,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증권사에 돈을 맡기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보승 한화증권 연구원은 "자금의 성격 상 증권사의 CMA와 은행의 예금은 구분이 된다"며 "시장 자체가 안전자산 위주로 가는 상황이 CMA로 자금이 몰리는 데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CMA 가입시장의 파이는 이미 포화 상태에 있어 앞으로도 크게 확대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김용현 SK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은 아직 CMA 광고 끈을 놓지 않은 상황으로, 시장 점유율 경쟁 중"이라며 "이미 CMA 계좌를 만들 사람은 다 만들었으므로 최근 계좌수 증가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제부터는 은행권이나 타 증권사로 부터 고객들을 이동시키는게 관건"이라고 전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CMA 계좌가 늘어나는 것은 주식거래 고객에 더해 예금 고객 확보라는 의미가 있었지만 CMA 잔고가 늘어나는 것은 증권사에 딱히 이득이 된다고 볼수 없기 때문에 증권사의 정책과도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현재 이자율이 은행 예금은 4%, 적금이 5%인 상황에서 CMA가 2.5%를 제공하고 있어 자금 유치가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서혜승 기자 harona@etomato.com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