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철강제품 가격 인상에서 상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제품가격 인상으로 원가 상승분을 상쇄, 수익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양사의 전략에도 차이가 빚어졌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별도기준 14조2018억원과 8조2301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0.6% 늘었다. 이는 상반기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 등에 기인했다. 다만, 가격 인상폭을 놓고 업계 평가는 엇갈렸다. 특히 현대제철은 모기업 현대차와의 가격 협상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현대제철은 올 초부터 현대차와 가격 협상을 진행했다. 원가 상승 등을 반영해 t당 13만원을 제시했지만, 현대차 실적 부진이 부메랑이 됐다. 현대차는 상반기 220만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상반기(240만대)와 비교하면 8.2% 판매량이 줄었다. 결국 현대제철은 목표치의 절반을 밑도는 t당 6만원 인상에 만족해야 했다. 업계는 저조한 인상폭에 대해 현대체절이 현대·기아차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수직계열화의 한계로 보고 있다.
반면 포스코는 연초 르노삼성차, 쌍용차, 한국지엠 등과의 협상을 통해 자동차 강판 가격을 t당 10% 안팎(10만원선)에서 인상했다. 현대제철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가격 협상을 잘 마무리 지었다. 높은 기술력과 다양한 공급처가 가격 협상의 주도권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가격 인상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중국 칭다오 항에 도착한 철광석 가격은 t당 73.70달러로 최근 8개월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현대제철은 지난달 2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원재료 가격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 내수가격과 수출가격이 동반 강세를 보인다"며 "3분기 판매 가격을 조기에 인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하반기 조선업계와 후판 가격 인상 협상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일 전망이다. 사진/포스코
철강업계는 특히 조선업계와의 후판(선박 등에 사용되는 두께 6㎜ 이상 철판) 가격 인상에 매진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후판 사업의 손익분기점(BEP) 달성 여부는 조선업계에 달려있다"며 하반기 후판 가격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변수는 조선업계의 오래된 침체다. 조선업계는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수주 불황에 최근 선박 건조량이 급격하게 줄면서 큰 폭의 후판 가격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반기 조선업계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표정이 또 한 번 엇갈릴 전망이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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