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재정 확보 숙제…보험료 인상 불가피할듯
정부, 20조 적립금 활용 등 방안제시…전문가 "건보료 부과체계 조정해야"
2017-08-09 17:27:30 2017-08-10 09:08:47
[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정부가 모든 의학적 비급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건강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는 누적 적립금 활용과 국고보조 확대, 보험료 부과기반 확대 등을 통해 재정 수입기반을 확충한다는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재원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쳐선 필요재정을 모두 충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MRI, 초음파 등을 활용한 진료비용 감소, 인구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의료수요가 예상치를 초과해 급증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따라 올해 4834억원, 내년 3조7184억원 등 2022년까지 모두 30조6164억원의 재정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료 인상률을 지난 10년간 평균 수준에서 유지하되, 재원 관리를 통해 필요 재정을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론 지난해 말 기준 20조원의 적립금을 활용하고,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보조(올해 6조9000억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지역가입자에 대한 소득파악률을 끌어올리고 보험료 부과기반을 확대해 보험료 수입을 확충하고, 재정 누수가 없도록 지출 효율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비급여 대책이 현 정권에 그치지 않고 연속성을 가지려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및 보험료율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고지원 확대와 적립금 활용이 일종의 완충장치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지출은 한 번에 그치는 게 아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돈은 더 들어간다”며 “정부가 보험료율 인상에 부담을 느낀다면 단기적으론 직장가입자의 소득월액 보험료 공제를 축소하는 등 다른 방법이 있다. 오늘 발표된 대책은 임기응변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누적 적립금은 전염병 발생 등 예상치 못한 의료비 증가가 있을 때를 대비해 3~4개월치 급여비를 적립해 놓은 것이다. 그걸 다 써버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더욱이 지난 정부에서 마련한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에 따라 보험료 수입이 줄어 적립금의 절반은 3년 안에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63% 수준인 건강보험 보장률이 OECD 평균인 80%까진 가려면 지금보다 보험료를 30% 정도는 올려야 한다”며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70%를 목표로 두더라도 최소한 명속소득 증가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는 의료수요 증가다. 비용이 줄어든 것 이상으로 수요가 늘어나면 재정지출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해마다 노인인구가 늘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부정적인 신호다. 결국 수요도 일정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
 
정 교수는 “경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게 수요를 조절할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진료수가 체계를 개편해 공급자 차원에서도 수요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우리나라의 입원·외래진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2배 정도 많다. 의료 이용을 스스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전반적인 진료수가도 현실화시켜 비급여 과잉진료를 해야만 기대수익이 충족되는 구조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새로 건강보험에 편입되는 비급여의 진료수가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비급여가 급여로 전환되면 의료기관별로 상이한 진료비가 일률적으로 정해진다. 이 과정에서 정해진 진료수가보다 높은 진료비를 받던 의료기관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진료비가 줄어드는 만큼 수요가 늘어나 의료기관의 수입이 실제로 줄어들 가능성은 낮지만, 어떤 방향으로든 수익구조 변화가 수반되는 만큼 정부와 이해당사자집단 간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건강보험보장강화 현장 방문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투병중인 배권환(장래희망 검사) 군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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