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정부는 8일 합동참모의장(합참의장)에 정경두 현 공군참모총장(57·공사 30기)을 내정하는 등 7명의 군 수뇌부 인사를 단행했다. 국군 개혁 드라이브의 본격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다.
정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합참의장에 정식 임명되면 김영삼정부 시절 이양호 전 합참의장 이후 23년 만의 공군 출신 의장이다. 특히 창군 69년 만에 처음으로 해군 출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공군 출신 합참의장이 ‘투톱’으로 군조직을 이끌게 된다. 육군 장성이 핵심 요직을 독차지해 ‘육방부’로 불려왔던 국방부의 대대적인 인사 및 체질 개혁이 예고된 셈이다.
정 내정자는 1960년 경남 진주 출신으로, 제1전투비행단 단장, 계룡대근무지원단 단장, 공군 전력기획참모부장, 공군 남부전투사령부 사령관, 공군 참모차장,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 공군참모총장 등을 역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 내정자는)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한 합동작전 전문가로서 고도화된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할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공군참모총장을 역임하며 축적된 경험 능력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해서 내정했다”고 설명했다.
육군참모총장에는 김용우 합참 전략기획본부장(56·육사 39기)이 임명됐다. 당초 개혁의 상징적 의미로 비육사출신의 발탁 이야기도 나왔지만 육사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육군조직 특성을 감안해 육사출신을 최종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속도조절이다. 육군참모총장은 일본 육사, 군사영어학교 출신들이 맡다가 육사1기인 제19대 서종철 대장부터 계속 육사출신이 맡아왔다. 다만 김 총장은 전임 장준규(60·육사 36기) 총장보다 3기수 아래로 육사 37·38기의 예편 등 육군 지휘부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군참모총장에는 이왕근(56·공사 31기) 합참 군사지원본부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에는 김병주(55·육사 40기) 3군단장이 각각 임명됐다. 작년 9월 취임한 엄현성(59·해사 35기) 해군참모총장은 임기가 남아 있어 이번 인사에서는 제외됐다.
이번 인사를 출신 지역별로 보면 정 합참의장 내정자가 경남,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전남, 이왕근 공군참모총장이 충남, 김병주 연합부사령관이 경북 등 지역 안배도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1군사령관에는 박종진(60·3사 17기) 3군사령부 부사령관, 2작전사령관에 박한기(57·학군 21기) 8군단장, 3군사령관에 김운용(56·육사 40기) 2군단장이 임명됐다. 육군 사령관 3명의 경우 통상 육사출신 2명과 비육사출신 1명으로 구성돼 왔기에 이번 비육사출신 2명 임명은 군내 ‘육사 기득권’ 허물기일환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국방부 측은 “육군의 경우 서열 및 기수 등 기존 인사 관행에서 탈피해 육사, 3사, 학군 출신 간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능력 위주의 인재를 등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중장급 이하 후속 인사는 한미 연합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끝난 9월 중 단행될 예정이다.
정부의 이번 인사를 두고 재래식 병력을 중시하는 육군 중심의 현행 군 구조에서 탈피해, 해·공군 중심의 첨단전력을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무 국방장관의 국방철학을 뚜렷하게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유력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중심의 비대칭 전력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선 우리 군의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등 ‘3축 체계’의 완성이 시급하며, 그 차원의 첨단전력 증강은 불가피하다. 또한 북한 위협에 우리의 독자적 대응을 가능케하는 첨단전력 증강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환수와도 맞물려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6·25전쟁 제67주년 국군 및 UN군 참전 유공자 위로연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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