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지사 일방적 가격인상 막아달라"…골판지업계, 정부에 호소
"매우 심각한 경영위기로 치달아"…'상생' 논의테이블 마련 요청
2017-08-28 16:03:47 2017-08-28 16:03:47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벼랑 끝으로 내몰린 중소 골판지 업체들이 정부에 원지사들과의 상생협력 회의를 마련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원지사들이 최근 1년사이 세 차례에 걸쳐 원지 가격을 인상하면서 그들 계열의 골판지 상자 가격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아 관련 업계가 더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게 중소 판지사들의 입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르면 이번주 안에 관련 요청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 예정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은 지난 22일 중기부에 '골판지포장산업계 경쟁질서 정상화 지원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여기에는 정부차원에서 원지, 판지, 박스업계간 대표자 연석 협력회의를 마련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합은 공문을 통해 "최근 골판지의 원재료에 해당하는 원지(골심지, 이면지, 표면지)의 가격 폭등과 일관생산체제를 갖춘 기업들의 일방적이고 불공정성 거래행태 속에 골판지업계의 경영난이 매우 심각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고 호소했다.
 
원지업계의 시장점유율 80%를 장악하고 있는 메이저 4개사(아세아그룹, 대양그룹, 태림포장그룹, 삼보판지그룹)는 지난해 7월과 올 2월 두 차례에 걸쳐 50%의 가격인상을 단행한 이후 이번달 또다시 15~20% 수준의 가격 인상안을 판지사에 통보했다. 조합은 "원자재의 수출 확대와 국제 원자재 가격의 강세로 인한 영향이라고 하더라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인상폭"이라며 "더군다나 이들 계열 기업의 제품가격 연동시기는 2~3개월 늦추는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는 현재 내부에서 논의 중으로 이르면 이번주, 늦더라도 다음주 중으로 답변을 전할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유관기관 통한 법률자문 등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부차원에서의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탁·위탁거래를 주로 다루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에 위반할 경우 주의요구부터 제재까지도 가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공정거래 관련 법에 관한 것은 월권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부에서 논의를 지속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판지를 공급 받아 상자를 만드는 박스업계도 지난 16, 18일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님(국민)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호소문을 게재한 바 있다.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은 "제지 대기업들이 최근 100%에 가까운 인상률을 보이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수직계열화를 통해 골판지 원지, 원단, 상자를 모두 제조하는 대기업들은 폐지 매집, 원지가격 인상, 원단가격 인상, 골판지 상자 가격 유보 등을 통해 전문 골판지회사와 골판지 상자회사들이 설 자리를 모두 없애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제지사들의 횡포를 막아 영세 중소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시장 질서를 잡아줄 것을 요청했다.
 
대형 제지사로부터 원지를 공급받아 판지를 생산하는 중소형 판지공장 내부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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