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일자리 추경'으로 명명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서 "1분위 계층 소득감소가 5분기 동안,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불평등 정도는 이미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런 흐름을 바로잡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해법은 딱 하나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단 1원의 예산도 일자리와 연결되게 만들겠다는 각오"라며 '일자리 창출-소득기반강화-소비증가-내수활성화' 선순환을 기본틀로 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을 역설했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할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아동수당 등 복지투입, 최저임금 파격인상, 건강보험 보장률 확대 등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부자증세'다. 지난 7월말 발표한 '2017 세법개정안'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렸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금액)이 3억원을 넘는 고소득자와 과표 2000억원 초과 대기업 등 부자증세로 연간 6조3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어들인다.
일단 내년 소득세 최고세율이 조정된다. 소득세 과표 3억~5억원 구간을 신설해 이 구간에 적용하는 세율을 기존 38%에서 40%로 올리고, 과표 5억원 초과 구간 세율도 40%에서 42%로 높인다. 이렇게 되면 총 9만3000명이 증세 영향을 받게 된다. 소득세 최고세율 42%는 1995년(45%) 이후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법인세 최고세율도 28년 만에 인상된다. 초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이 22%에서 25%로 오르면서 2009년 이명박정부가 인하한 뒤 9년 만에 다시 환원된다. 현재 법인세율은 과표 0∼2억원 10%, 과표 2억∼200억 20%, 과표 200억 초과 22% 등 총 3구간으로 나눠 적용되고 있지만 2000억원 초과가 신설돼 현재보다 3%포인트 높은 25%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가 '부자증세'라는 칼을 과감히 빼든 데는 취약계층인 1~2분위의 소득이 감소하고, 2011년이후 개선추세던 불평등지수가 작년에 악화되는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성장의 과실이 대부분 기업으로 흘러가 가계와 기업 간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2000~2016년, 기업소득은 255% 증가했지만 가계소득은 138%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부는 이렇게 걷어들인 세금을 복지와 일자리 등 사람에 대한 투자에 쓴다는 방침이다. 나랏돈을 과감히 풀어 국민의 기본생활은 보장하고, 저소득·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발표된 '2018년 예산안'을 보면 내년도 정부 예산이 올해 본예산 대비 7.1% 늘어난 429조원으로 확정됐다. 예산 증가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0.7%) 이후 9년 만에 최대치인데 특히 복지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전체 3분의 1을 넘어섰다는 점이 특징이다.
굵직한 복지정책을 아우르는 '문재인 케어'도 과감히 단행했다.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국정기조와 보건복지 분야의 국정과제 내용에 따라 기초생활보장제도,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등이 순차적으로 발표됐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은 오는 2022년까지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급여화하는 등 국민 의료비 부담의 실질적 해소를 위한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비급여의 점진적 축소'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완전히 해소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효과는 있지만 가격이 높아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는 고가 항암제 등의 비급여는 본인부담률이 30~90%까지 차등 적용된다. '3대 비급여'로 꼽히는 선택진료비, 간병비, 상급병실료 등에 대한 실질적인 해소 방안도 마련돼 특진비로 불리는 선택진료가 내년부터 완전히 폐지된다.
65살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월 20만원에서 내년 4월부터 월 25만원으로 인상하고, 내년 10월부터 기초생활보장 중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다. 부양의무제는 재산이나 소득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기준에 부합해도 일정 수준 이상 재산이나 소득이 있는 자녀 등 가족이 있으면 수급을 받을 수 없어 복지 사각지대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정부는 2020년까지 급여별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수급 대상을 확대하고 급여의 보장성을 확대한다.
내년 7월부터는 만 0~5세 아동을 키우는 가정에 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10월부터는 15세 이하의 입원진료비 본인 부담률을 현행 10∼20%에서 5%로 낮춘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비율은 2022년까지 40%로 끌어올리고, 보조·대체 교사 2만1000명을 배치하는 등 보육·돌봄 지원도 강화한다. 출퇴근 시간, 방과 후 시간 등 초등생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범정부 공동추진단'을 운영해 지역사회 주도의 돌봄모델을 늘린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도 성큼 다가서고 있다. 일단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6.4% 인상된 753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연간 목표치였던 15.7%를 넘어섬에 따라 남은 2년간 15.3%씩 인상되면 2020년 1만원을 넘어서게 된다.
김준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심의관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소득분배가 크게 개선되고 임금불평등 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소득이 크게 증가하므로 '분수경제' 효과를 일으켜 소득주도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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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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