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 내 ‘친박(박근혜) 청산’ 후폭풍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당 윤리위원회가 지난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친박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탈당 권유’ 징계를 내린 것을 두고 친박계가 본격 반발에 나선 가운데 ‘정치적 협박’까지 등장했다.
서청원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준표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서 의원은 “현재 당 위기의 중심에 홍 대표가 있다”며 “실망스럽게도 역주행만 하고 오만, 독선, 위선이 당원과 국민들의 염원을 무력화 시켰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최근 윤리위 징계사태는 설상가상”이라며 “당과 나라를 위해 홍준표 대표 체제는 종식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 의원은 홍 대표가 연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끄집어내 사퇴를 압박했다. 서 의원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 대표가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 누구보다 홍 대표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홍 대표에게 물어보고, 그 양반이 진실을 얘기하지 않을 때는 내가 진실을 증거로 내겠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홍 대표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정황을 공개할 수도 있다는 식의 ‘정치적 협박’까지 내놓은 것이다. 홍 대표와 친박계 간 갈등이 점입가경 양상을 띠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홍 대표 체제를 허무는 데 제가 앞장서겠다”며 향후 원내외 친박계 세력을 규합해 ‘대표 사퇴 투쟁’에 나설 의지도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기소되면 당 대표 자격이 없으니 대표 자격 여부를 윤리위에 회부하겠다”며 “나는 이미 이번 사태에 대해 징계를 받았는데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도 위배되고 명예훼손도 있으니 여러 가지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최경환 의원도 징계조치가 부당하다며 홍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홍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협박만 하지 말고, 녹취록이 있다면 공개해서 내가 회유를 했는지, 아니면 거짓증언 하지 말라고 요구를 했는지 판단을 한 번 받아보자”며 곧바로 맞받아쳤다.
홍 대표는 서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노욕에 노추로 비난받지 마시고 책임지고 당을 떠나라”며 설전을 이어갔다. 서 의원의 폭로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그런 유치한 협박에 넘어갈 홍준표로 보았다면 참으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 의원과의 통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의 부정을 숨기기 위해 나를 억울하게 누명을 씌우고 그것을 빙자해 당원권 시비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한 반발”이라며 “나는 성완종 리스트의 최대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의 준동에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친박 청산 작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박 전 대통령과 달리 현역 의원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을 제명하려면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날 홍 대표와 서 의원의 공방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대선 과정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이 당리당략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출당 권고를 둘러싸고 ‘네탓’ 공방으로 허송세월 보내는 제1야당의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라며 “제1야당은 이전투구를 접고 대국민사과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이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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